당산 신기 태인 강절 사천리, 생태마을 지향
마을 권역별 개발사업 해남 대표적 성공사례

▲ 비슬권역은 10년 전부터 주민들 자발적으로 돌담을 쌓으며 아름다운 동네를 만들었다. 이러한 공동체적인 노력이 더해져 5개 마을에 걸친 유기농생산단지가 조성됐다.

 2011년부터 대둔, 매화, 비슬, 마산, 문내 등에 권역별 사업이 추진됐다. 투입된 예산은 각 30~50억원. 이중 주민들 간의 공동체로 마을의 변화를 보인 곳이 계곡면 비슬권역이다.
계곡면 태인, 사촌, 강절, 신기, 당산마을이 포함된 비슬권역은 권역별 사업추진 후 유기농 쌀 생산단지를 조성해 생태회복에 힘썼다. 
5개 마을이 유기농생산단지를 만들기 위해선 공동체 정신이 필수였다. 한 단지라도 참여하지 않으면 생태농업 마을로 성장시키기엔 어려움이 따른다.

8년의 노력 끝에 70%의 참여

 생태농업 시작은 신기마을에서 시작됐다. 신기마을은 전국 최초 벼농사 친환경생태농업 모델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시범단지 15ha를 조성했다. 이후 타 마을로 확산하는 과정에서 갈등도 있었다. 일부 주민들이 귀찮고 돈도 안 되는 일을 왜 하냐는 반대였다.
그러나 8년간 노력을 통해 현재는 면적 65ha에, 비슬권역 70%의 농가가 유기농쌀을 생산하고 있다.
비슬권역에서 생산된 유기농쌀은 ‘비슬안 선사미’라는 이름으로 상표등록이 돼 전국으로 유통되고 있다.
물론 유기농단지를 유지하는 데는 어려움도 따른다. 한 농가라도 유기농 적합기준에 미달되면 마을 전체가 인증이 취소된다. 따라서 모두 한 마음으로 친환경적인 삶을 추구해야 한다.
유기농 재배역사가 길어지자 비슬안에는 반딧불도 돌아오고, 재두루미도 하나둘 돌아오기 시작했다.

권역별 종합개발사업 성공사례

 해남에서 이뤄진 권역별 종합개발 사업 중 비슬권역이 눈에 띄는 이유는 이 사업을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계획하고 실행했기 때문이다.
5개 마을 주민들은 마을활성화센터와 농기계 보관시설, 골샘정비, 정원 및 쉼터, 산책로, 향토체험관, 전통장류 발효체험장 등 각 마을에 필요한 11개의 세부사업으로 나눠 사업을 진행했다. 새로운 시설이 들어선 곳도 있지만 사촌마을처럼 추가시설물 없이 습지생태공원을 정비하는 방향으로 진행한 곳도 있었다.
각 마을별로 세부사업을 추진했지만 비슬권역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진행됐기에 새로운 공동체가 형성됐던 것이다. 따라서 비슬권역은 각 마을의 특징과 볼거리, 환경을 결합해 시너지를 배가시켰다. 따라서 비슬권역의 농촌체험관 프로그램은 오롯이 비슬권역 안의 콘텐츠만으로도 풍부한 체험이 가능하다.

다양한 체험콘텐츠 개발

 비슬안 농촌체험관 프로그램으로는 농기계전시장, 당찬참샘, 장류체험장, 목각체험장, 운곡사, 상사바위, 향토체험관, 흑석산 산책로, 편백산림욕, 습지공원, 골샘우물터, 웰빙산책로 등이 있다.
비슬안 공동체의 발전은 각 마을들의 선의의 경쟁도 큰 힘이 됐다.
강정마을은 ‘참 살기 좋은 농촌마을 가꾸기’ 대상을 받았고 태인마을은 ‘행복마을’로 선정됐다. 같은 권역의 마을에서 열심히 주변환경을 가꾸는 풍경은 타 마을에 좋은 에너지로 전달됐다.
그 결과 비슬권역은 2014년 ‘제11회 좋은이웃 밝은동네’ 콘테스트에서 대상을 수상했고 인구절벽에 시름하는 타 마을과 달리 오히려 17가구가 귀농해 오는 등 고무적인 효과가 따랐다.

마을 노령화 극복과제 남겨

▲ <이숙자 사무장>

 공동체가 살아있는 비슬권역도 노령화에 따른 과제가 남겨진 상태다.
비슬안 향토체험관 이숙자 사무장은 “처음 권역사업이 시작되면서 사업진행을 위해 각 마을 대표와 또 주민들 간의 교류가 활발했고 마을환경 살리기에서 시작된 운동이 생태환경을 바꾸며 농업도 변화시켰다.
그러나 농사를 짓지 못하는 어르신들이 늘고 있고 이분들의 건강한 에너지가 경제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기반을 남기는 것과 친환경적인 환경을 계속해서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슬안 주민들은 공동체적인 삶을 추구하고 또 진행시켜 왔다. 하지만 그 과정에 참여한 대부분이 60~70대로 농사를 은퇴할 나이에 가까워지고 있다.
행여 친환경농업단지로 쓰고 있는 토지를 매매할 경우 해당 토지가 어떠한 환경으로 바뀔지 모르고, 행여 환경을 저해하는 시설이나 농업이 들어오는 경우 마을브랜드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를 안고 있다.

유기농아카데미 계획

▲ 다양한 농촌체험이 가능한 계곡면 비슬안 향토체험관에선 쿠키만들기 및 뻥튀기 등의 다양한 체험이 열린다.

 비슬안에서는 이 같은 문제를 풀기 위해 유기농아카데미를 계획하고 있다.
최근 해남군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한 ‘농촌 신활력 플러스사업’에 선정됐는데 이 사업은 농촌에 구축된 지역 자산과 다양한 자생조직을 활용해 특화산업을 육성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특히 공동체 활성화에 기반한 사회적경제 생태계 구축에 매우 중요한 사업으로 평가되고 있어 비슬안 공동체도 이 사업을 통해 유기농아카데미를 계획하게 됐다.
유기농 아카데미는 6개월~1년 단위로 유기농 농업에 대한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아카데미를 통해 비슬안의 친환경농법을 유지할 수 있고 또 노인 일자리 창출과 함께 새로운 농업인을 육성할 수 있는 기대가 생긴 것이다.
때문에 이번 유기농아카데미는 비슬안 공동체가 유지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동체 10년 또 다른 꿈을 꾼다

 계곡면의 인구는 2,300여 명으로 해남지역 면단위 중 북일면 다음으로 인구가 빠르게 줄고 있다. 계곡면의 인구 감소에 따른 다양한 문제들은 계곡면에 한정된 것이 아니다.
비슬안도 이러한 어려움을 경험했고 그 속에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이숙자 사무장은 “비슬안에서 이뤄지는 사업들은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고 한창 진행 중이지만 주민들 스스로 사업을 공모하고 또 각 마을별 생각들을 개입시키면서 환경을 개선시켜 왔던 점은 긍지로 남아있다. 또 그동안 마을별 울력을 통해 공동체가 가질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서로 느낄 수 있었던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비슬안 권역별사업은 올해 2월 전체적인 완공검사가 끝나면서 막을 내렸다. 이에 주민들의 교류도 잠시 뜸해졌다. 숨 가쁘게 달려온 비슬안 10년, 어떤 주민들은 새로운 무언가를 갈망하며 심심한 지금이 아쉽다고 말한다. 또 어떤 주민은 내년 더욱 발전된 비슬안 공동체를 생각하며 미소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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