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 송평마을 한글교실
한글 배우니 자신감 생겨

▲ 추운 겨울에도 화산 송평마을 한글공부는 계속되고 있다.

 ‘손녀에게 편지도 쓰고, 자신감도 생기고 이 좋은 걸 왜 이제 배웠나’
화산 송평마을회관에서 열리는 ‘한글교실’이 방학을 맞은 가운데도 만학도의 공부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14일 오전 10시, 송평마을회관에는 작은 전기스토브와 이부자리 위에 작은 상 하나가 펴 있다.
김 양식이 한창이라 일부 어르신들이 뱃일을 도우러 나갔고 이날은 2명의 만학도가 한글 공부를 이어가고 있었다.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된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한글공부 정규수업은 12월에 끝났다.
하지만 박복래 한글강사는 주민들이 한글공부를 꾸준히 해나갈 수 있도록 재능기부를 통해 수업을 이어가고 있다.
학습 편차는 있지만 이제는 손녀들에게 편지도 쓰고 어지간한 한글도 척척 써 내려갈 수 있기에 삶에 자신감이 붙었다.
송평마을 만학도 유의숙(69)씨는 “이렇게 재능기부까지 해주면서 계속해서 관심을 보내주셔서 너무도 감사하다. 글자를 공부하니 생활에 자신감도 생기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날 유씨는 지난주에 내준 숙제도 제출했다.
처음 써보는 손편지가 그것인데, 손녀에게 보낼 편지에는 또박또박 써내려간 글자에 사랑이 묻어있다.
처음 한글 공부방이 열릴 때는 부끄럽고 창피하다는 이유로 주민들의 반응이 시큰둥했다. 하지만 분위기가 곧 바뀌어서 참석자도 많아지고 활기도 넘쳤다.
주민 지정자(67) 씨는 “배우는 것이 도둑질도 아니고 부끄러울 것이 전혀 없다. 먹고 살기 바빠서 배울 시기를 놓친 것뿐이다. 전혀 창피할 일이 아니다”며, “예전부터 핸드폰으로 꼭 문자를 보내고 싶었는데 이제는 한글을 배웠으니 핸드폰 사용법만 배우면 된다. 또 운전면허증을 꼭 따서 바닷가에 직접 차를 몰고 다니고 싶다”고 말했다.
늦었지만 한글을 배우면서 자신감과 삶에 활력이 생긴 것이다.
박복래 강사도 마을회관에서 먹고 자고 쉬는 것도 좋지만 모두가 생산적인 활동을 하면서 삶을 변화시켜 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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