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과 함께한 만물상
문내 우수영 ‘유정슈퍼’

▲ 60여년간 우수영 주민들의 벗이자 쉼이었던 유정슈퍼가 우수영성 복원사업으로 기억 속 공간으로 남게 된다.

 문내면 우수영 문화마을에서 벽화를 보다가 발길이 닿는 곳, 그곳에 ‘유정슈퍼’가 있다. 
유정슈퍼는 문내 주민이라면 누구나 알 만큼 오랜 역사를 지녔다. 이곳에 자리 잡은 지도 60여 년, 거리는 변했지만 유정슈퍼는 그대로다.
유정운(80)·이경자(79) 부부가 운영하는 유정슈퍼는 1960년대에 문을 열었다. 당시만 해도 우수영 선창가에서 마을로 통하는 길이 하나뿐이라 가게가 성황을 이뤘다. 진도에서 배가 나오면 사람들이 가게 앞을 지나갔기 때문에 찾아오는 이들이 많았다. 이 거리에 어떤 가게든 참 잘됐던 시기였고, 박스에 돈을 담기 바빴던 날도 많았단다. 
그러나 진도대교가 놓이면서 여러 갈래로 길이 새로 났고 지나는 이들이 자연히 적어졌다. 그렇게 성황을 이뤘던 길에 지금은 정재카페와 이 가게만 남아있다. 그 긴 역사를 고스란히 안고 남아있는 가게인 셈이다. 
이 할머니는 “그때는 오만팔도 것을 다 팔았어. 쌀만 안 팔고 다 팔았제. 인자는 손님이 없어서 그때 팔다가 남은 것들이 별것 다 남아있당께”라며 가게 안 물건들을 설명했다.
유정슈퍼는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만물상점이다. 일상생활에 필요한 온갖 잡화를 판다. 과자며 음료수, 아이스크림, 소주, 맥주, 양말, 장갑, 치약, 비닐랩, 가스활명수, 국수, 칫솔, 옷핀, 다시다 등 없는 게 없다. 
마을주민들이 말한 것들을 하나둘 놓다 보니 어느새 만물상이 됐단다. 옛날에 초등학생들이 찾던 문구들이며 일회용카메라, 필름, 사인펜 등 세월이 묻은 물건들이 여전히 자리 잡고 있다. 
물건이 많다 보니 요령껏 빨리 찾고자 담긴 박스에는 검은 매직으로 물건 이름을 적어 놨다. 오랜 세월 가게를 운영해온 주인장의 노하우다. 
이제 가게를 찾는 손님은 거의 없지만 늘 문을 열어 놓는다. 가뭄에 콩 나듯 가끔 손님들이 오는데 그 손님들이 그렇게 반갑단다.  
유정슈퍼는 안집과 연결돼 있는 그야말로 예전의 농촌 가게 모습이다. 막걸리 한잔 마실 수 있는 평상이 있고 물품을 놓은 진열장들이 참 정겹다.
한편 ‘유정슈퍼’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우수영 문화마을은 장기적 계획을 가지고 성곽을 복원하는 등 개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유정슈퍼 자리는 우수영 옛 남문 자리로 성곽 복원에 포함되는 지역이다. 
가게를 운영하며 1남2녀를 장성하게 키운 부부는 어느새 인생의 황혼을 맞고 있다. 기다란 거리에서 오랜 세월 뿌리박고 살아온 것은 자식들을 위한 부모의 희생이자 인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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