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 백호마을 청장년회
어르신 위해 숲길 복원
코로나19로 전국이 움츠러드는 요즘, 옥천면 백호리 청장년들이 옛 숲길 복원에 나섰다. 마을 어르신들에게 건강과 추억을 되돌려 주기 위해서다.
백호리 청장년 17명은 지난달 29일 이른 아침에 예초기와 전기톱, 낫과 톱으로 완전무장한 채 양지뜸 야산으로 하나둘 모였다.
오랫동안 방치된 야산 숲길은 풀이 우거지고 언덕에서 굴러온 돌덩이들, 두서없이 자란 나뭇가지의 침범으로 더 이상 길이라 부르기 힘들 정도였다.
마을 주민들의 손길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길이 1.2km, 폭 2m의 산길을 하루에 정비하기 위해선 쉴 틈이 없었다. 오전에 시작한 작업은 오후가 돼서야 끝이 났다.
이곳 야산은 60~70년대 마을 청장년들이 꼬맹이 시절 땔감을 구하는 아버지를 따라 올랐던 곳이며 또 동네 아낙들은 달래, 고사리 등 산나물을 캐기 위해 오르내린 길이었다.
그러다 마을 젊은이들이 동네를 떠나고 큰길이 뚫리면서 쓰임새를 잃어갔다.
그렇게 20~30년을 방치된 산길을 복원하겠다고 청장년들이 나선 것이다.
이유는 마을 어르신들의 건강과 추억을 위해서다. 그동안 어르신들은 마을 앞길과 뒷길 대로변, 농로를 이용해 걷기 운동을 했다.
반듯한 대로변을 걷는 것도 좋지만 오르내림이 있고 나무와 꽃, 그리고 정상에 오르면 백호저수지가 한눈에 들어와 청량감까지 선사하는 양지뜸 야산, 추억까지 선물하니 운동 장소로는 최적이다.
보통 ‘지원금 신청해서 중장비 불러 뚝딱 해치우면 될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백호리 청장년회는 울력과 청장년회 자금을 들여 등산로 복원작업에 나섰다.
작업이 시작되면서 주민들 기억 속에 자리한 추억들도 하나둘 소환됐다.
‘부모님이 시켜 매일 땔감 구하러 다녔제’, ‘여기만큼 좋은 놀이터도 없었어’ 등 당시를 회상하고 기억을 더듬으며 숲길을 정비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마을회관이 폐쇄되는 등 잔뜩 움츠릴 법도 하지만 백호마을 주민들은 옛 산길 복원이라는 공동의 과제를 수행하며 큰 기쁨을 맛봤다. 또 추억의 숲길이 복원됐다는 소식에 마을 어르신들도 숲길 산책을 시작했고 마을에는 활기가 돌았다.
청장년회 윤채현 회장은 “아이 어른 할 것이 없이 주민 모두가 등산로 복원을 환영해 줬고 정비작업에 참여한 이들도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며 “마을 어르신들이 산책길을 이용해 좀 더 건강한 노년을 보냈으면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