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황토가 붉게 살이 올랐다. 앙팡진 갯바닥도 순해진 듯하다. 비로소 우리 땅에 봄이 피기 시작한 거다. 해남하면 무엇보다 땅끝이 먼저 떠오른다. ‘해남, 땅끝’은 그 어떤 재화로도 살 수 없고, 구분해서 생각할 수 없이 단단하게 묶인 말이다. 요즘처럼 각 자치단체가 이미지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 시대에는 이는 분명 해남군이 두고두고 누릴 천복이다.
그런데 해남군은 도처에 유·무형의 자산 또한 무수히 널려있다. 기름진 땅에다, 펄떡이는 수산자원, 예기 넘친 문화유산, 다기한 관광자원 등등하며 게다가 일반 도시급에 육박하는 인적자원까지를 생각하면 참으로 등 따뜻하고 배부른 곳이다. 오죽했으면, 인근 지역에서는 해남사람들을 해남양반들이라 불렀을까. 오랜 유배지였다는 것은 핏줄을 타고 문자가 흐르고 있음을 반증하고, 툭 터진 바다를 닮아서 도량이 넓은 데에다, 찰진 땅 덕택에 씀씀이까지 인색하지 않기 때문에 나온 말임에 틀림없다.
사실 타고난 복만큼만 누리고 사는 것도 부러운 일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해남은 이미 천복이 넘치는 공간이다. 그런데 글로벌시대, 미래사회는 날래고 거칠다. 그러 하기에 그 천복이 언제까지 넘쳐 날지를 장담할 수만은 없다. 물론 해남군도 다방면에서 깐깐하게 살펴 대비하고 있는 모양이다. 당연하고 다행한 일이어서 응원한다.
응원하는 김에 감히 첨언을 하고자 한다. 앞으로 ‘해남 땅끝’은 단순하게 이 땅의 끝이라는 의미로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동안 해남이 천복을 누렸던 만큼, 이 땅을 찾거나 이 땅에 이주해 사는 사람들에게도 천복을 나눌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사업으로 해남이 ‘다문화가정 살붙이복지 시원지(始原地)’로서 몫을 했으면 한다. 요즘 다문화가정에 대한 염려가 크다. 자칫하면 공생의 가치를 살리기도 전에 찜찜한 문화충격만 드러낼 조짐도 없지 않다. 모름지기 양반은 나보다 남을 먼저 챙기는 법이다. 이 땅에 터 잡은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행복해야 할 권리가 있다. 그런 면에서 내 가족의 복지는 물론이고 다문화가정을 두루 돌보는 정책을 적극 시행할 필요가 있다.
이를 굳이 명명하자면 ‘살붙이복지’라 하겠다. 이를 위해서 해남군 및 교육기관이나 사회단체를 비롯한 수다한 주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함께 하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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