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나서서 농민과 소통할 때

2013-10-04     해남우리신문
얼마 전 한우사육농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 왔다. 전남의 한우사육농가 숫자가 줄었는데도 사육두수는 제자리 걸음이다. 영세농들은 사육을 포기한 반면 기업농들이 입식을 늘렸기 때문이다.
전남도가 자유무역협정(FTA) 피해보전제에 따라 직접지불제와 폐업지원금 접수를 한 결과(잠정) 3만2656건과 2477농가가 신청했다고 한다. 결국 2400여 농가가 소 사육을 포기한 것이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FTA 체결이후 어려워진 축산농가를 돕기 위해 지원하게 되는 폐업지원금 신청액만도 335억원에 달하는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가 하면, 연초에는 2013년산 마늘 가격이 형편 없었다. 이전 마늘값이 좋아 농가들이 재배면적을 대량으로 늘렸다고는 하지만 시세가 좋으면 이듬해에는 폭락 된다는 사실을 모르진 않았을텐데.
정부의 대책은 무엇이었는가 묻고 싶다. 재배면적을 줄이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농민들을 만나서 설득하고 대안을 제시해 주었어야 했다. 농자재 값과 인건비 상승 등으로 ㎏당 최저생산비(1700원선)보다도 낮다니? 믿을 수 없는 현실이었고 그 손실은 고스란히 농가들에게 돌아갔다.
이명박 정권에 이어 박근혜 정부의 농업정책 역시 변한게 없다. 어쩌다 생산량이 많으면 맘대로 늘려 재배했다고 농가들에게 잘못을 돌리고, 물량이 부족하다 싶으면 재빨리 수입해 버리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지난달 27일 전국농민회 광주·전남연맹에서 도내 농민들이 생산한 마른고추 가격보장을 촉구하며 전남도청에 마른고추 3000㎏, 200여 포대를 야적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사실 금년도 고추는 재배면적이 줄었음에도 유례없는 고온 현상 등 고추생산에 유리한 기상여건이 형성된 게 1차적 요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농민회는 물밑 듯 들어오는 중국산 수입고추의 홍수와 정부의 잘못된 농정때문에 “수확한 고추값이 작년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며 정부는 600g당 1만원 가격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다행히 전남도가 김치 가공업체 등에서 건고추 원료 매입과 가공·저장 확대에 적극 동참해 줄 것을 촉구하고 45억원을 긴급 지원키로 했다. 아울러, 정부 비축용 수매의 조기실시를 정부측에 건의하기도 하였다.
올 벼농사 역시 풍작이 예상되는데 예년보다 병해충도 적었지만 매년 농민들을 괴롭혔던 태풍이 올해는 없었다. 그럼에도 농민들은 올 추곡 수매가격은 괜찮을까? 농가에서 희망한 물량은 다 수매해 줄까? 하는 걱정들을 벌써부터 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겨울배추(월동배추) 재배농가들도 깊은 시름에 빠져 있다. 작년에 시세가 좋다 보니 올 재배면적이 20%나 늘어났기 때문에 가격폭락이 눈앞에 보인다. 전국 월동배추의 70%를 공급하는 우리 해남군의 손실은 눈에 불을 보듯 뻔하다.  
지금이라도 서로가 머리를 맛대고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농민들은 누군가에게 하소연하고 대책마련을 호소하려 하는데 정작 책임있는 당사자들은 만날 수가 없다. 최근 광주·전남농민회가 의정활동차 전남지역을 방문한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면담을 요구했지만 무산됨에 따라 농민들의 불만은 더 높아지고 있다.
김한길 대표 역시 일정에 여유가 없었겠지만 농민들을 못만날 이유가 없다. 만나서 고충을 들어보고, 아픔과 슬픔을 달래주었으면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었을텐데. 농민들이 오죽이나 답답했으면 야당 대표를 만날려고 몸부림을 쳤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한편으로는, 전국농민회가 직접 나서서 농업정책에 영향력이 있고 정부와 소통이 활발한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를 만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보도록 권장해 본다. 쉽지 않겠지만, 여당인 새누리당에서 적극 나서 준다면 오히려 농민들의 고통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들이 빨리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득이 되는 길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누구와도 대화하고 강력하게 매달려야 한다.
전남도와 해남군에서도 농민들의 아픔을 깊이 인식하고 슬기롭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뒷짐 지고 있다가는 더 큰 재앙을 만나게 된다.
이제 너와 내가, 도와 시군, 여와 야가 따로 없다. 우리에겐 오직 소통하고 공생하는 길 만이 능사이며 해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