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을

2013-10-11     해남우리신문
혹독한 여름빛 밀어낸 가을
하늘 높이 푸르러 마알간 새악시의 넋
외로운 여인네의 몸짓을 지녔다


은행잎에 노란 물이들면
수수밭 사이로 스치는 바람이 우수수 소리치며
가슴을 설레이고 지나간다


기름진 밭이랑 사이 아낙네들의 웃음소리에
배부른 계절이 온 것이다


저 건너 산위에 붉은 단풍잎들이
어서 오라고 손짓을 하고


석양이 짙어가는 무렵 멀리서 들려오는
다듬이 소리 속에 가신 어머니의
쓸쓸한 영상(映像)을 그려본다


하늘하늘 쳐다보는 늙은이의
뇌리에는 지난날의 추억들이
나를 슬프게 한다


저 언덕 귀뚜리 우는 소리
어데서 누가 나를 부르는가
가을이면 가고 싶고 보고 싶구나


오 가을이여 가을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