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묶는 데는 우릴 따를자 없어

2010-02-23     해남우리신문

산이면 당후리 겨울배추밭. 너무 조용하다. 오직 들리는 소리는 사각사각 배추묶는 소리뿐이다. 하나라도 더 묶기 위해 할머니들은 말을 하지 않는다. 허리도 펴지 않는다. 10년 넘게 배추를 묶어왔다는 할머니들은 이골이 날 정도로 배추 묶는데 달인이 됐다. 하루에 3마지기는 기본, 영자 할머니는 4마지기를 묶는 그야말로 배추 묶는 달인으로 통한다. 그래서 할머니는 김장배추와 겨울배추 묶는 작업반장역할을 한다. 일 의뢰가 들어오면 장영자할머니는 팀을 꾸려 밭으로 나간다.
물론 묶는 마지기에 따라 일당이계산되기 때문에 이 분야의 달인들로 팀을 구성해야 한다. 혹시라도 일이 서툰 사람이 팀원이 되면 그날은 낭패다.
배추주산단지인 해남에는 겨울부터 가을까지 배추 묶는 작업을 어디에서든 볼 수 있다. 이 시기만큼은 모두 그 분야의 달인들로 구성된 팀들이 배추밭을 누비기 마련이다. 반장들은 마을에서 가장 우수한 인력으로 팀을 꾸리고 혹 팀원 중에 제 몫을 못하면 다음에는 팀원에서 제외되는 게 이 바닥의 생리란다. 팀원들은 주로 70대 이상 할머니들.
이 분야에선 하루 3마지기 이상을 묶어야 알아준다. 일당은 마지기당 3만원. 달인들은 하루 9만원씩을 벌고 장영자 할머니처럼 독보적인 존재는 하루 12만원까지 번다. 지난 12일 할머니들은 이미 한차례 묶어놓은 배추를 다시 묶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날씨가 연일 추워지자 겨울배추가 얼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미 묶어진 배추를 다시 묶는 작업이라 일 진척이 빠르다. 이미 묶어진 배추를 다시 묶는 작업은 마지기당 1만8000원. 3명의 할머니는 이틀만에 20마지기가 훨씬 넘는 양의 배추를 묶었단다.
배추 하나라도 더 묶기 위해 할머니들은 해가 뜨는 새벽부터 해가 지는 저녁까지 그 일을 한다. 화장실 가는 시간도, 밥먹는 시간도, 대화하는 시간도 아까운 할머니들. 자식들이 알까봐 몰래 일을 나선다는 할머니들은 그래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어 노년이 즐겁단다. 박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