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락한 지방선거 왜 하는가
2014-04-18 해남우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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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락한 지방선거 왜 하는가
박정희 전 대통령 따님 박근혜 후보가 대선에 출마하면서 내건 공약을 왜 안 지키느냐고 여론이 들끓자 여권 실세 김무성 의원이 공약은 표를 얻기 위한 수단일 뿐 보좌관이 써준 연설문 그대로 받아 읽는 죄밖에 없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감싸는 참으로 희한한 발언이다. 그렇다면 공약은 표를 얻기 위한 국민우롱의 술책인가?
현재의 정치는 영남세를 기반으로 하는 여당과 호남세를 기반으로 하는 야당이 서로 맞물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승패의 대결을 겨누고 있다. 정당을 만들고 오랜 권력의 전횡을 누린 여야 정치꾼들이 한 가닥 도의적 양심이 있었는지, 기초선거는 무공천으로 한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공약으로 내놓았다. 그러나 지키지 않았다. 왜 거짓말을 하는가?
기초선거 공천은 지방자치를 중앙(서울)에 예속시키고 기초의원과 기초단체장 줄 세우기, ‘돈 공천’을 하는 등 기득권 강화에 공천권을 활용해 왔다.
허수아비만 세워도 민주당 공천을 받으면 호남에서 당선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민주당 간판보고 찍어주는 지역민의 민도도 한심하지만, 그렇게 타락하도록 조장한 정당 권력의 술수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현실을 말하는 것이다.
루소는 투표당일에는 의기양양한 자유민이었다가 투표가 끝나면 노예로 돌아가는 것이 민주주의의 선거 풍토라고 비꼬는 바 있다.
지방자치 실시이후 지역 주민들 스스로 이젠 너희들 요구대로 찍어주지 않겠다, 더 이상 우리를 우롱하지 말라는 주체적 자각이 팽배해지자 인심의 흐름에 예민한 정치꾼들이 재빠르게 내놓은 것이 무공천 공약이었다.
그러나 6.4지방선거가 다가오자 새누리당이 먼저 공약을 파기한다며 뻔뻔한 낯을 내밀었다. 그간 상향식 공천으로 영남세를 아우르며 중앙정치를 독식하는 실권을 잡았는데 지금 와서 그 기득권을 내려놓을 수 없다는 것이다.
순진한 안철수가 국민과의 약속을 지킨다고 나서자 서울을 비롯한 호남텃밭의 후보자들이 냉소를 퍼붓고 덩달아 식자층까지 날선 소리를 냈다. 한쪽만 공천하는 선거는 하나마나한 선거이고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이 2대1로 지게 된다는 아우성이었다.
이러한 여론을 의식한 듯 새정치민주연합은 기초단체장 선거를 다시 공천한다고 뒷걸음쳤다.
엊그제 퇴직교수 모임자리에 갔더니 호남의 학생수가 격감돼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걱정이 태산이다. 반대로 영남은 절로불어나 인구통계로도 호남의 필패론을 점친다. 따라서 새누리당은 느긋하다. 김대중 노무현시절의 민주화 행보는 ‘잃어버린 10년 세월’이다며 민주화에도 관심이 없다. 이만큼 한국의 국력이 신장한 것은 물신숭배의 우상인 박정희 덕분이다며 박정희가 키운 자본가 덕분에 국민들이 잘 사는데 공약은 왜 지키는가이다.
말하자면 너희들 새정치민주연합 호남표 정도는 마음대로 해라, 우리 새누리당은 영남패만 가지고도 충분하다는 식이다. 나라예산을 거머쥐고 있는데 결국 굽신거리는 지역의 식자층부터 눈에 선하다.
결과적으로 새누리당은 줄세우기 상향공천, 돈먹는 정치로, 다시 돈을 먹임으로써 지역을 장악하고 지역주민의 선거의식 풍토를 더욱 타락시킴으로써 실권을 유지한다는 전술 전략인데, 그렇다면 이미 타락이 예상되는 지방선거는 왜 하는가 묻고 싶다.
언제가지 호남지방은 저들 중앙정치의 볼모로 남을 것인가. 강준만 교수의 말대로 지방은 중앙의 식민지이다.
상하 지배적 권력구조를 벗어나 수평적 평등관계를 바로 세울 때 호남지역의 자치정부가 살아난다.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매달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