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변방인 해남이 중심이다

2015-01-19     최재희
▲ 최재희(북 멘토)

인류사는 언제나 변방이 역사의 새로운 중심이 돼왔다.
신영복선생에 의하면 변화는 변방에서 시작되고 모든 새로운 에너지는 밖에서 온다. 변방이 새로운 중심이 되는 것은 변화의 공간이고, 창조의 공간이고, 생명의 공간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변방과 중심은 결코 공간적 의미가 아니며, 낡은 것에 대한 냉철한 각성과 그것으로부터의 과감한 결별이 변방성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즉, 변방성과 마이너리티의 창조성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문맥에 갇혀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만큼 자유롭기 때문이다. 얼마든지 새롭고 창의적인 구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해남은 중심부의 시각으로 보면 지리적으로나 정치경제적으로나 변방이다. 그것도 머나먼 변방이다. 그동안 변방론에 대한 수많은 담론들이 해남지역에서 다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문제제기에 그쳤을 뿐 우리는 아직도 중앙에 예속돼 있고, 중앙으로부터 소외된 지역이라는 생각이 내면화 돼있다. 우리 스스로 중심이 되기를 주저하는 한 계속 변방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또한 속도, 성장, 경쟁, 효율 등의 단어가 내면화된 틈 속에서는 우리의 변방성이 극복되어지지는 않을 것이며, 결국 변방이지만 공동체적이고 자존적 삶을 살아가는 것이야 말로 진정으로 변방성을 극복하는 핵심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변방성을 극복하고 우리 스스로 중심이 되는 자존적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떠한 방법들이 있을까? 특히 요즈음 같은 격변의 시대는 우리가 각자의 울타리를 넘어 서서 삶을 바라볼 수 있는 미래의 청사진을 요구한다.
먼저 인문학적 교양을 통한 민주시민으로 거듭나야한다. 한 사회를 지탱하는데 필요한 인문적 가치들 즉, 공공의 가치, 평화, 관용, 선의, 아름다움 등에 대한 존중의 능력을 일깨우고 비판 정신과 대안적 상상력 등 공동체 유지에 필요한 시민적 덕목을 길러주는 것이 바로 인문학이다. 민주시민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당연히 책부터 읽어야 한다. 함께 책을 읽고 공부해야 한다. ‘함께 읽기’만이 각자의 개성을 최대한 발휘하며, 동시에 ‘나(자존)’를 깨닫고 ‘너(타자)’를 이해하게 되면서 ‘우리(공동체)’라는 비전을 찾을 수 있다. 그리하여 ‘민주사회를 유지할 시민적 역량’을 길러야 한다. 민주주의를 지키고 공동체문화를 발전시킬 시민의 역량이 성숙하지 않으면 민주주의는 언제든지 뒷걸음 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책을 읽고 함께 공부를 한다는 것은 단순한 교양 쌓기를 넘어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중요한 행위이며, 이 행위가 우리를 행복하게 하고 삶을 의미 있게 해주는 확실한 방법이라 할 것이다.


다음으로 ‘풀뿌리민주주의의 강화와 생활정치’를 통해 신뢰와 유대 공동의 문제 해결의 장으로서의 ‘지속가능한 지역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상충하는 현대사회의 갈등을 획일적인 중앙 통제 방식으로 슬기롭게 풀어나갈 수 없다는 것이 점점 명확해지고 있다. 자기지역 문제를 그 지역 주민의 민주적인 의사결정에 따라 해결하는 지방자치, 주민자치의 문제는 새시대의 핵심적 과제임과 동시에 변방성의 극복을 위한 필수적인 과제다.


풀뿌리민주주의와 생활정치는 시민이 자기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의사결정에 공적이고 지속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자치의 주체로서 지위와 의식을 회복해가는 행위다. 공론장에서 자기의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게 해준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민주주의란 말 그대로 인민의 지배이며, 나와 내 이웃의 삶의 미래를 내가 속한 공간에서(공동체에서) 직접 풀어내는 것이다.
변화의 가능성이 희망이다. 이 희망은 시민 자신이 만들어 내야 하는 것, 바로 그가 열어야 하는 것이다. 21세기의 거대한 욕망들과 맞서 버틸 수 있는 힘이 변방에 사는 우리의 우직한 희망에서 나온다.


필자는 우리 해남시민들의 자존적 삶과 풀뿌리 자치, 공동체 복원에 관한 실천방안들을 지속적으로 기고할 예정이다. 독자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