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길, 현수막 당장 내리자
지금의 우리 사회는 너무도 극단화돼 있다. 현 정부 들어 적폐니 척결이니 단어가 튀어 나오고 예전에는 상상도 못할 보수단체들의 낯부끄러운 행동도 거리낌없이 나온다. 극단화된 사회는 언어도 극단화된다. 최근 해남 거리에 등장한 현수막도 그러한 일례이다. 자신들도 인식하지 못한 순간에 극단적인 사회에 적응되고 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현수막은 거리의 언어이다. 공공의 언어이기도 하다. 그만큼 현수막 문구 하나하나는 공익성을 담는다.
현 정부들어 사회는 더 극단화되고 있으면서도 한편에선 인문학 열풍이 인다.
IMF를 겪은 후 우리는 사회로부터 도태되지 않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래도 변화가 없자 ‘힐링’을 외쳤다. 힐링으로도 정신적 치유가 되지 않자 ‘인간 근본으로 돌아가자’는 취지의 인문학에 열중하게 됐다. 인간 근원의 문제, 인간 존엄성의 회복과 공동체 복원을 인문학에서 찾고자 하는 것이다. 민선6기 해남군의 목표는 힐링해남이다. 분명 뒤떨어진 문구이다. 그러나 힐링이라는 단어가 갖는 의미는 크다. 그런데 해남 도로변에 걸린 살벌한 문구의 현수막에선 힐링을 찾을 수가 없다. 하나의 지자체가 가야할 목표를 정했다면 그 목표엔 모든 것이 포괄돼 있어야 한다. 과속추월은 과속 정승길이라는 현수막 문구엔 힐링의 정신이 담겨 있지 않다.
노무현 정부 때만 해도 각 지자체에서 아름다운 문구생산에 매달렸다. 강진군이 대표적이었다. 문구를 생산하는 담당자를 둘 만큼 강진군 곳곳에 걸린 현수막 등에 사람의 마을을 움직이는 단어를 담았다. 그런데 지금은 살벌한 언어의 현수막이 전국 도로변에 내걸렸다.
공공의 언어이자 거리의 언어인 현수막, 특히 해남군이 내건 현수막이라면 인간 존엄의 가치, 힐링의 거치가 담겨져야 한다. 거리 곳곳에 걸린 무서운 글귀의 현수막을 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