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록위마 이어 혼용무도

2016-01-06     해남우리신문

지록위마 이어 혼용무도

‘세상이 어지럽고, 도리가 제대로 행해지지 않았다’는 의미의 혼용무도(昏庸無道)가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됐다.
혼용무도는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를 이르는 ‘혼용’과 세상이 어지러워 도리가 제대로 행해지지 않음을 뜻하는 ‘무도’를 합해 만든 사자성어다.
지난해에는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일컫는다’는 뜻의 ‘지록위마(指鹿爲馬)’가 사자성어로 선정됐었다. 지록위마는 윗사람을 농락해 권세를 부리거나, 진실을 조작해 남을 속인다는 의미다. 세월호 참사, 십상시 국정 개입 의혹 등 정말로 다사다난했던 2014년이었다. 올해는 조금 더 나아질까 했는데 메르스 사태에 이어 국정 교과서 논란, 여당 원내대표에 대한 청와대의 사퇴압력 등 더 혼란스러운 해가 됐다.
혼용무도와 지록위마는 모두 진시왕의 아들 호해 때 나온 말이다.
최초 통일왕국을 건설한 진시황이 지방순회 길에서 죽자 환관 조고는 유서를 조작해 영웅의 기질이 있는 태자 부소를 죽이고 어리석은 호해를 황제로 등극시킨다.
어리석은 군주는 환관 조고의 농간으로 실정과 폭정을 거듭한다. 여기서 나온 사자성어가 혼용무도이다.
또 환관 조고는 황제인 호해에게 사슴을 바치며 “좋은 말 한 마리를 바칩니다”라고 말한다. 이에 말이 아니고 사슴이라고 말한 신하는 조고의 손에 죽임을 당한다. 여기서 등장한 한자숙어가 ‘지록위마(指鹿爲馬)’이다. 
550여년 간의 춘추전국시대를 마감하고 중국 최초 통일왕국을 건설했던 진시황의 진나라는 환관 조고와 어리석은 임금으로 인해 15년이라는 너무도 짧은 기간에 무너지고 만다.
박근혜 정부들어 매년 교수신문이 선정한 사자성어는 혼란과 역사의 역행을 담고 있다. 첫 해인 2013년엔 정치를 후퇴시키고 있다는 이유로 ‘순리를 거슬러 행동한다’는 뜻의 ‘도행역시(倒行逆施)’가 한자성어로 선정됐다.
병신년, 2016년에는 어떤 사자성어가 등장할까. 희망을 기대할 수 없다는 사실이 더 절망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