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의 메시지 ‘농업과 깨어있는 청년이 미래다’
며칠 전 구글의 알파고와 인간의 바둑대결이 온통 화두였다. 우주의 원자 수만큼이나 복잡하다는 바둑게임에서 인간이 컴퓨터에 완패를 당했다. 컴퓨터는 시키는 일만하고 인간과 같이 창의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컴퓨터가 지배하는 세상은 오지 않는다고 찰떡같이 믿고 있는 터라 충격이었다. 인간은 3연패로 결론이 난 뒤에야 겨우 1승을 해 체면을 세웠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의 자존심이 송두리째 망가지는 날이었고, 기고만장했던 인간에게는 충격적인 대사건이었다. 이 사건에서 알파고가 던진 메시지는 무엇일까?
N포세대, 최근 등장한 신조어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여러 가지 꿈과 희망을 포기한 20~30대 세대를 일컫는 말한다. 몇 년 전 3포 즉, 연애, 결혼, 출산포기에서 출발해 5포(3포에 내 집, 인간관계 추가)를 넘어 모든 삶의 가치를 포기한 단계에 이르렀다고 한다. 실제로 데이터에서도 알 수 있다. 청년 실업률이 12.9%로 사상 최대에 이르렀고, 취업자 중에서 쥐꼬리만한 월급을 받는 비정규직이 과반을 차지한다. 또 올 1월 결혼 건수와 신생아 출산도 최악이란다. 혼인 건수는 2만3900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2만8400건)보다 15.8%나 감소했으며, 태어난 신생아도 사상 처음으로 4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 명문대 졸업이 삶의 질을 보장한다는 것은 전설이 됐고, 봉급이 적다고 괄시 받던 공무원이나 교사 등이 하늘을 찌르는 직종으로 부상했다. 이렇다 보니 청년들은 사회가 두려워 10년이 다 되도록 대학에 적을 두고 있는 실정이고, 졸업보다 취업이, 취업보다 번듯한 정규직이 더 중요해졌으니 요즘 대학은 실업자 양성소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닌 듯하다. 꿈을 꾸기에는 현실이 너무 척박해지다 보니 청년들의 사망원인 중 자살이 최상층을 차지하게 이르렀다. 이러한 청년의 열악한 사정을 반영해 수저 논란도 뜨겁다.
6·25 이후 베이비세대 대부분은 배고픈 농민의 자식으로 우글우글 태어나 산업화의 길을 겪었고 4차원의 인터넷 세상에 살고 있다. 다시 말하면, 농업사회에서 태어나 성장기에 산업혁명을, 디지털혁명시대에 자녀를 길러냈다.
자생력 없는 N포 세대, 부모의 후광을 입어 고기반찬에 쌀밥 먹고, 핸드폰 게임을 즐기며 성장해 물질적 어려움을 모른다. 하지만 추후 5년이 지나면 6·25세대는 거의 생업에서 은퇴하고 경제력이 바닥에 이를 것이다. 엄청난 혼돈의 세상이 기다리고 있다. 더욱 5년 후가 되면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 컴퓨터에 의해 5만 개의 일거리가 줄어든다고 한다. 혹자는 200여 년 전 영국에서 산업혁명을 거부하며 기계를 파괴하는 운동에 빗대어 미래를 낙관하기도 한다. 그러나 창의적인 사고로 일하는 알파고 혁명은 이와는 크게 다르다. 알파고는 인간이 할 일을 인간보다 더 완벽히 대체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기왕의 선례에 의한 직업들 의사, 판사, 변호사, 회계사 등 소위 유망직종이 먼저 어려움에 봉착할 것으로 믿는다. 알파고는 전문적이고 경제성이 뛰어난 직종에 우선적으로 진출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때가 되면 인간은 뭘 할까? 기본적인 먹고, 즐기면서 백세건강을 추구하는 일은 알파고에 맡길 수 없고 직접 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먹는 산업은 생명농업이고, 즐기는 산업은 문화가 될 것으로 믿는다. 땅끝해남은 전국 최대의 면적을 지닌 농군이다. 여기에 걸맞은 다양한 문화가 있어 이를 잘 가꾼다면 미래가 낙관적이라 본다. 청년과 농업은 우리의 미래여서 포기할 수 없다. 깨어있는 젊은이들을 전국에서 끌어모으자. 이들에게 농업의 비전을 제시하고 빈집과 농사정보, 행정편의, 공동체의 삶과 문화 등을 교육시켜 해남에 터 잡게 하자. 노후화돼 가는 해남에 생기를 불어넣을 것이다. 땅끝해남, 매화가 진지 오래고 이산 저산 꽃이 피어 봄의 허리에 왔음을 실감한다. 하지만 북녘은 지금에야 매화가 피었단다. 특단의 청년과 농업대책으로 따뜻한 기후만큼이나 생기가 가득한 해남이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