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이해하기 보단 공감하자
2014-07-04 해남우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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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에 대해 정의를 한다면 학문적으로는 정상적으로 생활을 해오던 사람이 다양한 후천적 원인으로 인지능력에 장애가 생기는 상태를 말한다.
2013년 기준 우리나라 치매인구는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9.75%, 전남은 10.72%이다.
여기서 노인인구란 65세 이상을 통계로 잡고 있지만 85세 이상으로 넘어가면 치매인구는 39%까지 올라간다. 두 명 중 한 명 가까이 치매로 진단 받는다고 할 수 있다.
급격한 고령화로 치매유병율(병에 걸리는 비율) 또한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유병율과 비례해 지난 몇 년간 ‘치매살인’이라는 극단적인 사회적 비극이 발생했다.
이러한 상황을 국가위기로 생각하고 치매에 대한 범국가적인 대처와 더불어 개인도 남의 일이 아닌 나에게도 다가 올 수 있다는 마음으로 치매에 대한 이해와 공감력을 키울 수 있는 교육 및 사회인식이 필요하다.
사람에게는 수많은 신체적 정신적 질병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개인적으로 치매가 가장 두려운 병이라고 생각한다. 치매를 앓게 되면 자신뿐 아니라 가족 및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많은 고통을 주고 당사자는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자존감마저 포기해야하거나 최소한의 인간다운 대우도 기대할 수 없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필자는 치매라는 병을 공감하고 치매 어르신도 존중받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몇 자 적어본다.
먼저 치매어르신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이해하려 하기 이전에 공감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정상인의 시각으로 치매어르신을 바라보았을 때에는 이해하지 못할 일들이 많이 생겨난다.
무의미해 보이는 일을 반복적으로 시행한다든지, 도움을 주려고 하는데도 거부하고, 씻는 것도 거부하고, 이유 없이 집을 나가 배회하는 행동 등을 정상인의 시각으로 이해하려고 했을 때에는 반드시 문제가 생기거나 갈등이 일어나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확대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해하려 하지 말고 수용하고 공감을 먼저 해야 한다는 것이다.
치매어르신의 이상행동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정상인인 나와 다르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려는 것보다 그럴 수 있다고 공감하는 것이 좋다.
다리가 골절돼 수술을 하였다고 하자. 수술하고 깁스한 다리로 절뚝거리며 걸음을 걸을 때 누군가 “당신은 왜 똑바로 걷지 못해!”라고 비난한다면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치매어르신의 문제행동에 대해 지적하고 고치라고 요구하는 것도 이와 똑같은 경우이다.
치매어르신의 행동에 호통과 지적으론 개선의 효과는 없다. 오히려 치매어르신의 공격성향과 이상행동만 증가시킬 뿐이다.
치매환자의 이상행동은 치매라는 병에 따른 증상으로 나타난 결과물이지 고의로 그 가족과 주변사람을 힘들게 하거나 피해를 주기 위해서가 아니다.
치매어르신이 주변을 배회하고 부적절한 일을 반복적으로 시행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치매환자에게는 이와 같은 행동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본인 나름대로 어떤 일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정상인의 눈으로 보았을 때에는 무의미한 일이고 하지 말아야 될 행동이지만 치매환자에게는 당연한 행동이다.
우리가 쉽게 치매어르신을 공감할 수 있는 방법은 증상에 따라 다르겠지만 치매가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라면 행동은 3~4세 어린 아이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감성은 어른이기 때문에 우리가 치매어르신을 대할 때 실수할 수 있는 부분이 여기에 있다. 어린아이처럼 행동한다고 해서 우리가 어린아이처럼 취급하고 대하게 되면 치매어르신의 저항이 심해지고 이상행동이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비록 행동이 어린아이와 같다고 하더라도 감성은 어른이기 때문에 어른으로서 존경하고 공손하게 대해야 한다.
그렇다면 치매어르신의 문제행동에 대해 그냥 지켜만 볼 것인가? 라는 질문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아니다. 치매어르신의 이상행동을 이해하고 위험요소를 제거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위험한 요소만 아니라면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하더라도 그냥 지켜봐주고 공감해주며 칭찬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3~4살 아이가 음식을 먹을 때 바닥에 흘리고 먹는 것은 그 아이의 수준에서는 당연한 모습이다. 이와 같이 치매어르신이 실수하고 이상행동을 하는 것은 당연한 행동임을 공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