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의 날에 쌀의 의미를 생각한다.

2018-08-27     윤욱하/수필가, 재경향우

 

▲ 윤 욱 하(수필가. 재경향우)

 지난 8월18일은 쌀의 날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2015년도에 8월18일을 쌀의 날로 지정했다. 혹자는 무슨 쌀의 날이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쌀이 우리민족에게 끼친 지대한 영향을 생각한다면 때늦은 감이 있다. 더구나 근래에 대두되는 식량의 무기화라는 두려운 목소리를 생각한다면 우리는 쌀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접근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아무튼 농림축산식품부에서 1년 365일 가운데서 왜 하필 8월18일을 쌀의 날로 제정했을까? 
이와 같은 발상에 대한 농림축산식품부의 설명은 한자어 쌀미(米)를 파자하면 八十八이 되어 8월18일로 지정했다고 한다. 
또 지금은 기계화 되어 농사일이 힘든 일이 아니지만 옛날에는 볍씨를 우리가 밥으로 먹기까지 여든여덟 번의 손길이 간다던 옛 어른들의 말씀을 생각하면 전혀 의미 없는 말이 아닌 듯 싶다. 
얼마 전 충북 청원군 소로리 유적지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볍씨가 발굴돼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런데 우리 조상들이 벼를 재배하기 시작한 것은 3000여 년 전 신석기시대라고 한다. 또 삼한시대에서는 김제의 벽골지와 제천의 의림지에 저수지를 축조했다는 사실은 우리가 국사책에서 배웠다. 고려시대에는 쌀이 물가의 기준이 돼 화폐를 대신하기도 했다. 
쌀이 주식으로 자리잡기는 조선시대부터였다. 
내가 유년시절에 많이 듣던 밥이 보약이라는 말의 의미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실감이 난다. 우리 민족에게 쌀은 주식의 역할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을 지배했다. 
생일날에는 필히 흰쌀밥에 미역국을 먹었으며 설날 아침에는 쌀로 만든 떡국을 먹었다. 추석날에도 햅쌀로 빚은 송편으로 차례를 지냈으며 제사 때도 제를 마무리하는 젯밥은 흰쌀밥이요, 죽었을 때도 망자를 위한 밥은 흰쌀밥이라야 했다. 
쌀을 얻을 때 부산물로 발생하는 볏짚은 삼태기 소꾸리, 미투리 등 여러 가지 생활도구를 만드는 데 사용됐고 또 소의 먹이가 되고 마름을 엮어 초가지붕을 덮기도 했다. 밥 짓는 땔감이 되기도 했다. 
또 벼농사는 제한된 시간에 노동집약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대가족 중심의 문화가 발달했다. 뿐만 아니라 마을 공동체 중심의 품앗이와 두레라는 상부상조의 아름다운 전통 역시 벼 중심의 농업에서 파생되었다고 볼 수 있다. 
나는 우리고향 해남의 주요 산업이 쌀농사이기 때문에 쌀의 날에 각별한 의미를 두고 싶다. 특히 금년 여름의 더위와 가뭄을 생각하면 군정의 제1 목표를 쌀농사에 두고 전심전력을 기울여야 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