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때까지 지킬 마을입니다. 도와주세요
해남군 북평면 산마리에서 2남1녀를 두고 어머니, 아내와 함께 오순도순 살고 있는 39살 정홍수입니다.
저는 2016년부터 2017년까지 마을에서 이장을 했습니다. 알고 보니 돌아가신 아버지도 36살에 이장을 하셨고 저 또한 36살에 마을이장을 했습니다.
제가 이장을 할 때 태양광사업자분들이 사업신청을 했는데 그때 끝냈어야 하는 건데 못했던 것이 아쉽습니다.
저는 달마산 아래 첫 마을에서 태어나 자랐습니다. 컴퓨터 인터넷 없던 시절 달마산은 동네 아이들에게 최고의 놀이터였습니다. 먹을 것도 풍부하지 못했던 때라 머루, 산딸기, 산다래, 산도라지, 땡감 등을 따먹으면서 아이들은 그렇게 컸습니다.
학교를 갔다 집에 오면 달마산까지 동네 아이들이랑 뛰어 올라 놀다가 내려오곤 했습니다. 할머니께서는 달마산에 수정굴이 두 곳 있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6ㆍ25 전쟁 때 낮에 달마산 동굴에 숨어 있다 밤에 내려와 돼지나 소, 닭, 염소에게 밥을 주고 다시 달마산에 오르셨다고 하시더군요.
친구들이랑 도시락 싸 들고 냄비랑 물, 라면, 쌀 등을 챙겨 수정굴에서 해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반짝이던 게 다이아몬드인줄 착각도 했었죠.
산에서 놀다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또 다른 수정굴을 찾기도 했죠. 워낙 산이 험하다보니 지금 사람들은 달마산에는 달마고도와 미황사, 봉화대만 있는 줄 알더군요.
그때 달마산 중턱 잔디밭으로 소풍을 가 놀았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8살 정도였던 거 같은데 장기자랑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보물찾기도 하고 지금 생각하면 추억이죠.
이후 추억 삼아 수정굴을 찾아보려 혼자 달마산에 올랐다가 숲이 우거져 포기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자연경관에 어느 날 갑자기 대규모 태양광단지가 들어섰습니다. 주위에서도 땅끝 방향 달마산 능선이 태양광 패널로 덮혀 있어 보기에 좋지 않다고들 이야기합니다.
달마산이 점점 태양광으로 덮어지는 게 너무 안타깝습니다. 사업도 중요하지만 마을주민들의 의견도 좀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굳이 자연경관을 훼손하면서까지 어울리지도 않는 태양광사업을 계속 해야 되는지요.
아이들이 크면 제가 어릴 때 아버지랑 사진 찍었던 달마산 바위에서 다시 사진을 찍고 싶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검은 태양광 패널이 왜 저기에 있는지 물어보면 많이 창피할 거 같습니다. 아빠가 힘이 없고 돈도 없고 아는 것 없어 외부사람들에게 땅을 내주고 태양광이 들어 선거다. 또 행정적으로도 막을 수 없어 허가를 내줘 이 지경까지 된 거다. 미안하다고 말할까요.
수자원보호 구역이면서 마을 앞에는 이진성터가 복원에 있습니다. 이진은 이순신장군이 죽을 정도로 아파 5일간 머문 곳입니다. 또 지금 태양광이 들어서는 자리는 달마고도로 가는 등산로 초입이기도 합니다. 365일 얼지 않는 대청샘물도 바로 옆에 있고요. 마을에서 이장을 하면서 창조적 마을 만들기 사업을 추진했지만 사업을 따오지는 못했습니다. 그만큼 자연경관에 맞는 아름다운 마을을 가꾸고 싶었던 곳입니다.
그러나 무분별한 태양광은 마을주민들에게 평생 욕된 짐을 짊어지게 만들 것입니다. 후손들을 위해서라도 태양광이 들어오지 않길 바랄뿐입니다. 중국 사람들이 전남에 가면 작은 금강산 같은 곳이 있다고 했던 바로 그 산이 달마산입니다. 마을주민 한사람으로서 죽을 때까지 이 마을 지키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