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의 재발견 ① 금강산 태평정의 소리

2010-06-05     해남우리신문
둘러싼 금강산의 날숨인지 5월의 싱그러운 신록이 뿜어낸 숨결인지 시원한 바람이 산정에서 불어온다. 멀리서 피리소리가 들려온다. 바람결에 들려오는 소리의 파도에 이끌려 오르니 어느덧 태평정(일명 팔각정. 금강산 중턱에 위치)이다.
두루미 날개처럼 반공을 향해 솟아오른 지붕과 처마선은 금방이라도 퍼덕일 것만 같은데, 팔각 아치에서 나오는 ‘천년학’ 피리소리 또한 사방으로 그 날개를 파닥이며 퍼져나간다. 소리의 진앙을 찾아가니 태평정 가운데 개량 한복을 입은 여인이 단정하게 앉아 당적(청자로 만든 피리)으로 ‘천년학’을 분다.
태평정의 구조는 천정이 움푹 파인 팔각의 아치형으로 돼 있어 마치 범종과 같은 구조로 위로 떠오르는 소리를 모으는 구실을 한다. 아치형 구조 속에서 1차로 공명이 된 소리는 내려오면서 연주자의 귀를 울리고 다시 사방으로 퍼져 나가는데, 짧은 시차이지만 연주자와 청자는 되돌아온 소리에 취하게 된다.
태평정 뒤쪽을 둥그렇게 둘러싼 금강산 또한 소리를 모아 읍 시가지를 향해 보내는 역할을 한다. 이곳은 한마디로 인공과 자연이 어울려 만들어낸 연주회 전용 무대가 되는 셈이다.
유연실(피리 부는 여인)씨는 이곳에서 연주하면 자신의 소리에 자신이 빠져든다며,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연주회를 갖고 싶다고 말했다.
태평정에서 해남읍 시가지를 내려다보니 작아진 건물만큼 두고 온 일상 또한 작게만 느껴진다.
태평정 소리는 해남읍의 유연실님이 제보해주셨습니다.
박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