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풍물단 조직 장기적으로 보자

2019-12-16     해남우리신문

 

 

 해남군이 14개 읍·면 통합 해남대표 풍물단을 육성한다고 한다. 2020 해남방문의 해를 앞두고 군이 그 필요성에 대해 자각한 것으로 보인다.
해남에는 지역별로 풍물가락이 전해지고 있다고 알려졌지만, 가장 원형에 가깝게 보존되고 있는 것은 송지 군고이다. 군고는 명맥이 끊겼다가 해남문화원 황도훈 원장의 노력으로 복원됐으며, 현재 박필수씨가 군고보존회 회장을 맡고 있다.
현재의 풍물은 그 고유의 공동체적 연희성을 잃어버리고, 단지 식전행사용 길놀이 정도로 격하되고 말았다. 소고라도 집어 들고 끼어들었던 마을 잔치가 아니라 연희자와 관객이 차단된 풍물이 되기에 이르렀다.  
과거 보름날이면 마을마다 며칠씩 마당밟기를 하고 샘굿이나 헌식굿 등을 해왔다. 이때의 굿은 지금의 마당극과 비슷해 배역이 있고 사설과 재담이 함께했다. 우선 이런 굿의 사설들을 복원시켜 풍물이 특정 행사의 들러리가 아닌 중심 프로그램이 되도록 해야 한다. 신명이 난 관객도 모두가 어깨춤을 추며 굿판에 끼어들 수 있는 마당을 만들어야 한다. 우수영들소리와 풍물이 신명 나게 엮어지는 모습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대규모 풍물단 조직을 근시안적으로 봐서는 안 된다. 단기에 출중한 기능자가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2020 해남방문의 해 용으로만 급조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문화란 오랜 기간 한 지역에서 사람들의 행위에 의해 굳어진 형태를 말한다.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
대규모 풍물단 조직은 긍정적인 일이다. 그러나 유념해야 할 것은 면별로 전해오던 가락마저 통일시키자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문화 다양성을 파괴하는 일이다. 관의 개입이 위험한 것은 이 부분이다. 대규모 풍물단을 기획한 이는 수백 명이 줄을 맞춰 운동장을 도는 장쾌한 모습을 연상했는지 모른다.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거기서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차제에 통합형과 지역형으로 나눠 두 개의 틀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