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한잔 걸치며 쉬어가는 곳 ①마산 지동 식육점
2010-02-23 해남우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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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부침 속에 인간도 인심도 변해가기 마련이다. 그나마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선술집인 마산면 지동마을 식육점 슈퍼를 찾았다. 95년까지만 해도 육고집(식육점)으로 불리며 인근 마을 술꾼들의 쉼의 공간이었다서른아홉 살에 시작해 24년간 가게를 운영 하고 있는 최귀남(63·여)씨는 오늘 소주 한 병 팔았다며 장사가 예전 같지 못하다고 했다. 농민회 활동이 활발하던 80~90년대에는 장사가 무척이나 잘 되었단다. 그때는 내가 젊어서 장사가 잘됐는지 지금이라도 아가다섯만 불러오면 장사가 잘 될 것 같다며 우스갯소리도 곧잘한다.
서울 사는 자식들은 행여 밥 못는 사람들 밥이나 챙겨주고, 집도 허름한데 장사는 그만두세요라는 말을 자주 한다. 그럴 때면 최씨는엄마 인생은 엄마 인생이다. 이렇게 대충 살다가 가는 게 인생 아니냐고 반문한단다. 이제 아등바등 살 나이는 아닌 것 같다며, 막걸리도 그냥 주조장 가격으로 팔고 있다고 말하는 최씨. 전기세만 나오면 되지 않겠냐는 최씨의 욕심 없는 마음은 작은 가게에도 그대로 묻어나 있다. 최씨가 가게를 비울 때도 누구나 편하게 들어와 막걸리도 마시고 안주도 만들어서 먹고 간단다. 오다가다 술 마시고 싶을 때 앉지 않고 서서 두부와 김치에 막걸리 한 잔 간단히 걸치고 가는 그야말로 선술집이다.
이집의 주 메뉴는 돼지고기와 낙지이다. 규모만 작아졌을 뿐이지 옛 전통은 지금도 여전히 남아 돼지고기와 낙지를 팔고 있다. 현재 낙지는 황산면 한자리에서 나는 판낙지(갯벌에서 삽으로 판 낙지)만을 쓴다. 이유는 손님들 낙지 입맛이 고급이라 그물낙지는 금방 알아보기 때문이다. 세발낙지는 철도 아니거니와 금방 죽어버리기 때문에 취급하지 않는다.
최씨가 안주로 낙지를 썼던 이유가 있다. 현재는 간척사업으로 바다가 멀어져버렸지만, 산이면 간척지가 조성되기 전에는 바로 앞 갯벌에 널린 게 낙지였단다.
인근 육일시에 한우촌이 생기고, 마을 인구도 줄어들어 술손님이 예전 같지를 않다. 연구리에 사는 박병철씨는 “겨울배추 작업 때가 육고집의 대목이었는데, 중국에서 팀을 짜서 온 인부들로 대체되면서 그마저도 끊어져버렸다”고 아쉬워했다. 오다가다 텁텁한 막걸리로 목을 축이고 싶을 때 지동 마을 식육점 슈퍼를 들러보자. 포근한 할머니의 정까지 술잔에 가득 담겨올 것이다.
박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