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사랑상품권 농축협 유통, 지역사회 공론 필요하다

2020-04-27     김병덕/해남군의회 부의장

 

 

▲ 김 병 덕(해남군의회 부의장)

 해남사랑상품권이 발행된 지 1년이 됐다. 해남군은 전남 도내 22개 시군 중 유일하게 해남사랑상품권의 농축협 사용을 제한해 왔다. 이유는 강진군을 비롯한 함평, 장흥군의 경우 지역상품권을 농축협까지 푼 결과  60% 이상이 농·축협으로 집중됐기 때문이다.
해남사랑상품권의 발행 취지는 지역자금의 역외유출을 방지하고 지역 내 소비촉진을 통해 영세 소상공인 보호 및 지역상권 활성화를 도모코자 한 것이다. 상품권 발행으로 지역경제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키겠다는 것이 아닌 지역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부가가치가 지역에 쌓일 수 있도록 하자는 목적이 있는 것이다
해남사랑상품권 발행 1년, 그동안 유통이 제한됐던 해남농·축협 측은 지난 1년 동안 법 규정에도 없는 역차별을 당했다며 이제는 상품권 사용 제한을 전면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역농협협의회는 자신들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인건비도 나오지 않는 상품권 환전 등 취급업무를 포기하는 한편 임직원은 물론 농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집회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해남군소상공인연합회와 일부 시민단체는 지난 8일 농협중앙회 해남군지부 앞에서 해남사랑상품권 농·축협 사용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농·축협이 상품권을 갖고 지역 소상공인들과 경쟁하는 건 올바른 모습이 아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해남군소상공인연합회도 주민들의 소비경로가 자리 잡을 때까지 아직 때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해남군은 당초 합의 도출과정에서 규제 대상이 아닌데도 정무적 판단으로 조합장들의 협조를 이끌어낸 만큼 농협에 대한 제한을 계속 유지할 명분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농협에서 취급하는 농자재에 한해 상품권 사용을 허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지난해 4월17일 150억원 규모로 발행을 시작한 해남사랑상품권은 군이 ‘지역경제 패러다임을 바꿨다’고 자평할 정도로 각광을 받고 있다. 또 올해 목표 발행액을 당초 300억원에서 1,050억원으로 대폭 증액했다. 
해남군은 2020년도 제1회 추가경정 예산에 해남사랑상품권 경제적효과 분석을 위한 연구 용역비 6,000만원을 세웠다. 연구용역 결과물을 기다릴 필요가 있다. 단순히 1년이 지났기에 농협에 상품권을 푼다는 것이 아니라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먼저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해남사랑상품권 발행 1년의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지역상품권에 담긴 상생의 가치를 다시 확인하는 1주년이 돼야 하고 상생의 가치를 확장시키는 관점에서 상품권의 농축협 유통을 봐야 한다. 상품권 발행 1년을 기점으로 농축협을 포함시킬 것이냐 말 것이냐로 국한했을 때 이는 상품권이 갖는 가치보단 시장논리에 의한 단순 찬반 논리에 갇힐 수 있다. 
해남군은 농민수당과 해남사랑상품권 발행, 유통에 있어 전국의 모델이다. 그러한 모델의 중심엔 해남군이 지역상품권이 갖는 고유한 가치와 지역상생의 정신을 지켰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남사랑상품권을 농축협까지 확대하는 것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상품권이 갖는 가치를 유지하는 것, 해남군이 전국의 모델로 지속할 수 있는 가치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