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에서 - 이직녀씨(송지 마봉리)
2010-02-23 해남우리신문
어느 신부님께서 다른 곳으로 전근 가시면서 신신 당부를 하셔서 목욕봉사에 나섰다.
드디어 해남읍내 목욕탕 도착, 비누로 몸을 깨끗이 닦은 다음에 탕 속에 들어가셔야 하건만, 꾸부정 할머니 들어가자마자 탕 속으로 들어가신다.“할머니 얼른 나오셔요. 비누칠 하고 들어가셔야지요.”주르르 줄지어 앉으시게 하고는 머리부터 박박, 영락없는 어린아이다.
대부분 어르신들 연세가 70이 넘는 고령이시지만 정정 하신 편이다. 94세 드신 할머니 쭈쭈가 압권이다.“와, 할머니 아가씨 쭈쭈네잉. 이쁘다.”하는데도 안 들리는 모양이다. 어떤 할머니 쭈쭈는 아주 팥알만 해서“에구, 이게 뭐여. 호호호.”했더니“그래도 영감은 좋다던디.”하신다. 도우미 두 사람이 때까지 밀어드리기는 힘들다. 비누칠만 해드리고, 유별나게 걸음이 힘든 할머니만 박박 때까지 밀어드렸다. 부러워하시는 할머니들이 많다. 그런데 이 노인네가 잘 해주니까 엄살을 부린다.
우리 엄마 등 한 번 밀어드리지도 못하고 가셨는데, 생각하니 맘이 짠하다. 지금까지 좀 살아계시지…. 살아계시면 100세도 넘으셨을라나 기억도 안 난다. 우리엄마 나이 몇 살이실까? 엄마한테 못해드린 목욕봉사라고까지는 할 수 없으나 왠지 흐뭇하다.
따뜻한 곰탕에 커피까지 서비스 마치고, 좋아하시는 할머님들 보니 덩달아 기쁘다.“참말로 고맙소야.”“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