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소생법(因緣所生法)
2010-06-18 해남우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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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에서는 인연소생법을 인(因)과 연(緣)에서 생겨난 것들. 모든 현상은 실체가 없이 원인과 조건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나는 이 용어를 인연대로 살아가는 것이 삶이라고 해석한다. 물론 인연 속에는 악연도 있을 수 있지만 그러한 악연도 지나고 보면 인생을 살아가는데 반성의 기회를 주는 것으로 생각한다.
나에게도 많은 인연들이 스쳐 지나갔다. 내가 교사의 길을 가는 데 항상 가슴에 묻고 지표로 삼는 것은 중학교 2학년 때의 담임선생님과 고 3때의 담임선생님이다.
사춘기 시절과 대학 진학의 기로에선 나에게 가장 큰 힘과 믿음을 주신 분들이다. 내가 교직에 들어오게 된 가장 큰 계기를 주신 분은 고 3때 담임선생님이시며 미술을 하게 해준 분은 중 2때 담임선생님이다. 그러한 인연으로 교직에 들어와 교직생활 20년 중 16년을 해남에서 교편을 잡게 되었다.
해남은 나에게 큰 인연이 있는 곳이다. 대학에 입학한 뒤 3월 달에 친구 따라 놀러 와서 등반한 두륜산은 나를 사로잡았다.
대학 시절에 남도 답사를 떠날 때면 항상 강진 다산초당과 백련사를 들른 뒤 북일면 오심재, 헬기장을 거쳐 북암에서 한 숨 돌린 다음 여연 스님이 계셨던 일지암에서 하룻밤을 묵곤 했다.
초임으로 신안 비금중학교로 발령받아 3년 반을 생활하다 1994년에 결혼하여 해남으로 발령받았다. 영명중학교 관사의 방 한 칸짜리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했다. 문내면에서 두 아이를 낳아 제2의 고향인 해남에서 새로운 생활이 시작되었다.
아이들의 교육문제와 주위 사람들이 도시로 하나 둘 떠날 때면 우리도 가자는 아내와 갈등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나는 해남이 주는 편안함, 꼭 주말이 아니더라도 퇴근 후 고천암과 대흥사 등 수시로 가서 쉴 수 있는 공간이 많다는 것과 내 아이들이 하교 후에도 학원을 몇 개씩 다니지 않아도 되는 여유로움 때문에 해남을 고집했다. 그 덕에 지금은 아이들도 여유를 갖고 건강히 잘 자라고 있으며 나 또한 퇴근 후에 내가 좋아하는 운동을 하면서 삶을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앨빈 토플러는 “앞으로의 사회는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역동적인 사회가 될 것이며 직업에서도 새로운 속도가 강조 될 것이다.
그에 따라 오늘의 직업이 언제 없어질지 모르며 새로운 직업이 탄생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하나의 직업을 가지고 평생 갈 수 없는 사회가 될 것이다.” 라고 말했다. 아이들에게 1등을 요구하는 부모보다는 각 분야에서 일류를 만드는 교육으로 인식이 바뀌었으면 하고 학생들에게 여유와 배려하는 마음을 갖는 교육활동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 학생들은 가정에서는 있는 자체만으로도 부모들에게 98%의 행복을 주는 존재이다. 이러한 학생들이 주말에도 활동할 수 있는 체육, 문화, 예술의 공간이 학교와 지자체, 청소년 단체들의 네트워크 형성으로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지길 바라며 이것을 실천하는 것이 해남이 나에게 주었던 혜택에 대한 보답이며 40대에 내가 해야 할 일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