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의 재발견 ③ 금강골 정자

2010-06-18     해남우리신문
금강골체육공원은 운동과 휴식을 목적으로 조성된 곳이지만, 대금 연주 장소의 적소로도 손꼽히는 곳이다.
꽃향기에 취해 벌 나비가 날아들 듯 은은한 대금 소리에 끌려 금강골 체육공원을 찾는다. 계곡의 물소리에 얹혀 내려오다 이윽고 저수지의 수면을 타고 넓게 퍼지는 대금 소리는 선계에서 내려오는 소리를 닮았다.
느릿한 걸음으로 계곡의 초입에 이르니 굵어진 물소리와 경쟁하듯 점점 선명해지는 대금소리. 금강교를 건너니 선계에 이른 듯 청량한 바람이 목덜미를 스친다. 진양조로 시작한 대금산조가 중모리, 중중모리로 휘몰아가자 대금 소리에 취한 산딸나무의 하얀 꽃받침이 파르르 떤다.
금강골 체육공원 정자에 이르니‘달빛소리’회원(문재식·윤용환)들의 대금이 공명을 이룬다. 맞은 편 산에 부딪힌 소리가 다시 새소리와 서로 어깨를 걸고 돌아온다. 가락이 중중모리로 빨라지자 정자 옆 나무줄기에 앉은 딱따구리가 딱, 딱, 딱, 딱 장단을 맞춰온다.
해남읍에 위치한 금강골은 무료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읍민들의 휴식 공간이다.
해질 무렵 단촐하게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벤치에 앉아 대금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정자에서 나오는 소리와 맞은 편 산에서 되돌아오는 소리, 새소리, 물소리가 어우러진 관현악에 빠져 눈을 지그시 감는다.
다시 진양조장단이 시작되자 바람도 멎고 나뭇잎도 흔들림을 멈추고, 느릿한 새 울음이 들려온다. 중중모리로 가락이 빨라지자 빠른 새 울음이 화답해 온다.
초여름 산들바람을 타고 오는 대금 소리를 듣고 싶으면, 해질 무렵 금강골을 찾아보자. 8명의 달빛소리 회원들이 그곳에 있다.
박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