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의 재발견 ④ 금강산 명상바위
2010-06-26 해남우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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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각정에서 형제바위가 아닌 왼쪽에 있는 등산로는 완만한 산길이다. 몸에 무리가 가지 않을 만큼 평탄한 길은 험난한 형제바위 쪽 등산로에 비해 사색할 여유를 준다. 가쁜 숨을 쉬지 않아도 되니 머리도 한결 가볍다. 두고 온 읍시가지는 발뒤꿈치 아래로 자꾸만 멀어지고, 새와 나무와 길과 신선한 바람과 얘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봉우리에 이른다.
봉우리 바로 아래 삼봉쪽을 향해 맞춤한 바위가 있다. 그 바위 난간에 도인처럼 박상일(53)씨가 앉았다.
그의 백발처럼 멀리 주작산 허리에 하얀 안개가 드리웠다. 이윽고 찬연한 해가 떠오른다. 비로소 자연이 제 빛깔을 찾아 선명해진다. 온몸으로 해를 받은 그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진다.
박상일씨는 이른 아침이면 늘 이곳을 찾아 심신을 단련한다. 바위에 앉아 계곡을 바라보면 그곳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라고 한다. 내가 더 이상 내가 아닌 자연과 하나 되는 물아일체의 순간이다.
이곳은 그만의 명상터는 아니다. 출근하기 전 잠시 산에 들어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는 이곳, 가까우면서도 멀리 있는 이곳은 마음이 있는 해남인 모두의 명상 터이다.
박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