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줍는 김매월 할머니 동행취재기

2010-06-26     해남우리신문
아침 6시 서림에 살고 있는 김매월(77) 할머니는 리어카를 끌고 집을 나선다.
아침 일찍 출발했지만 수거한 양은 그리 많지 않다. 폐지수거도 너무 경쟁이 심해 몸이 불편한 김할머니는 늘 빈수레 일쑤다. 어쩌다 가끔 리어카를 가득 채운 운수대통 한 날이다.
운수대통 한 날 할머니가 폐지를 팔아 손에 쥔 돈은 1만원에서 2만원, 보통은 5000원 내외다.
박스는 1kg당 120원, 신문지는 130원이다 보니 부피만 크지 돈은 얼마 되지 않는다.
지난 23일 오전 7시20분, 김할머니의 리어카엔 박스 3~4장이 전부였다. 집을 나선지 1시간 20여분 동안 고작 박스 3~4장 밖에 줍지 못했다.
할머니는 모 상가 앞에 리어카를 멈춘다. 아직 상자가 밖에 나오지 않았다. 기다려야지라며 자리에 앉는다.
김 할머니는 고단한 박스 줍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요새 박스 줍는 것도 쉽지가 않아, 어떻게 많은 사람들이 박스를 주우러 다니는지 우리같이 몸이 불편한 노인들은 해 볼 수가 없어, 전쟁이여 전쟁”이라고 말한다.
남들은 잠도 안자고 밤새 박스를 줍지만 몸이 불편해 그럴 수도 없다며 남들이 줍고 남는 것이라도 줍는 것이 다행이란다.
읍 남외리에서 강남자원(고물상)을 운영하고 있는 최동순 사장은 예전에는 박스 줍는 것은 가정형편이 어려운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요샌 젊은 사람들도 많이 늘어났다며
박스줍는 김매월 할머니 동행취재기그만큼 세상 살기가 힘들어졌음을 보여주는 예라고 말했다. 김 할머니는 3년 전부터 박스를 줍기 시작했다. 박스줍기에 나서게 된 계기는 지난 2007년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할아버지 병원비 3000만원을 갚기 위해서다.
매월 20만원을 갚아야 하지만 할머니 한 달 수입은 노인연금 8만여원과 매일 박스를 주워 모은 15만여원이 전부다. 할아버지 병원비 20만원을 갚고 나면 그만이다.
30여분을 기다리다 할머니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 리어카를 끌고 도로로 나섰다.
갑자기 할머니 얼굴에 화색이 돈다. 해남천변 다이소 할인점 앞에 리어카를 절반이나 채울 수 있을 양의 박스가 쌓여있었기 때문이다. 매주 물건이 들어오는 날이면 다이소에선 할머니를 위해 박스를 내놓는다. 할머니의 얼굴은 연신 웃음이 베어난다. 리어카가 박스로 채워지는 것을 가리키며 오늘은 만원 이상 될 것이라며 환하게 웃는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박스 한 장, 신문지 한 장이 또 다른 사람들에겐 삶의 희망으로 다가서는 순간이다.
박성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