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양남 우렁할머니 동행취재기
2010-07-05 해남우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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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8시 30분 할머니는 군내버스를 타고 우렁이를 잡으러 간다. 황산, 산이, 화원, 문내면 저수지와 수로가 할머니의 삶의 터전이다.
지난달 30일 오전 9시경 버스에서 내려 모 저수지를 한 바퀴 돌며 우렁이를 주워 담으니 어느덧 점심시간이다. 집에서 싸온 밥 한 그릇에 김치 몇 조각으로 뚝딱 점심을 해결한 후 다시 시작되는 우렁이 잡이.
오후 5시 망태기에 우렁이가 가득 차자 집으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싣는다. 할머니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잡은 우렁이를 삶고 알맹이를 분리한다. 시계를 보니 밤 10시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우렁할머니의 하루다. 아니다 30년 동안 반복된 할머니의 삶이다.
젊었을 때는 아이들을 등에 업고 우렁이를 잡았다. 그렇게 고생스레 잡은 우렁이 덕분에 집도 장만했고 자녀들도 공부시켰다.
30년 우렁이 잡이 베테랑 정 할머니, 어느 저수지에 우렁이가 있는지 어느 시기에 어느 저수지 물이 어느 정도 빠졌는지 안 보고도 알 정도다.
저수지에서 우렁이를 잡다 잘못하면 사고라도 나지 않을까라는 우려의 물음에 30년 동안 해온 일인데 요령이 생겨 그런 일은 절대 없다며 웃는다.
할머니의 우렁이는 인기다. 해남읍장에서 우렁이를 파는 할머니는 우렁할머니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1주일에 5일 우렁이를 잡는다. 2일 동안은 우렁이를 매일시장 상인에게 팔고 해남 5일장에서는 좌판을 벌려 직접 판다. 1그릇에 5000원. 단골손님들이 많아 파는 것은 크게 문제가 될 것이 없다.
할머니는 우렁이를 잡아 1주일에 10여만원, 한달에 40여만원 남짓 돈을 만진다. 공과금 내고, 반찬거리 사고, 버스비 하고 나면 어느새 빈손이란다.
우렁할머니는 손이 불편해 다른 일은 꿈도 꾸지 못한다.
젊어서부터 해온 일이라 천직이라 여기고 우렁이 잡이를 계속한단다.
정양남 우렁할머니의 삶의 터전은 저수지고, 버팀목은 우렁이었다.
박성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