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어디에 있니 계곡들아

2010-07-09     해남우리신문
옥천 해인동 네가 있었다니 … 너만 선택할래
무더운 여름. 피서는 역시 계곡이다. 물아 맑아 좋고 그늘이 있어 좋고 시원해서 좋다. 특히 그곳이 나만의 장소라면 더욱 좋다. 아무도 찾지 않는 곳, 아니 몰라서 찾지 않는 곳. 올 여름 피서는 기필코 그런 곳을 찾으련다. 콜롬보스가 신대륙을 발견했듯 꽁꽁 숨어있는 계곡을 찾아나서는 피서. 해남에도 있다. 신대륙이.

해남에 이런 곳이 있다니. 이렇게 넓고 맑은 계곡이. 그것도 100m 길이의 계곡이 있다는 사실, 남보다 먼저 알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벅차다.
옥천 용동 산악훈련코스 아래 위치한 해인동 계곡은 산속에 숨어 있다. 길이 100여m에 폭 4m. 대부분 계곡이 습한 느낌인데 반해 이곳은 너무도 밝고 청정하다. 계곡에서 흔히 만나는 모기도 없다. 그렇다고 그늘이 없는 것도 아니다. 올 여름 내내 이곳에서만 보낼 수 있다면 무릉도원이 부럽겠는가.
이곳은 덕룡산과 주작산 사이에서 발원한 물이 흘러내려 계곡을 이뤘다. 명산의 이름에 걸맞게 손때 묻지 않은 고고한 자태가 계곡에 그대로 묻어있다.
다람쥐가 한가롭게 나무를 오르내리고, 유리처럼 맑은 계곡에 다슬기가 굵은 모래처럼 깔려있고, 돌 틈에서는 가재가 유유히 헤엄을 친다.
정말 아무도 찾지 않는 계곡이다. 속세와 너무도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아예 그러한 곳이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한다.
현산 월송리에서 미황사 사이에 있는 무여농원, 무여농원 이정표를 쭉 따라가다 보면 보일듯 말듯한 곳에 계곡이 위치해 있다. 일명 수정동 바람재골.
작은 냇가가 연못을 이뤘다. 옥천면 용동마을 입구 다리 밑. 다리 밑이라고 얕봐서는 안 된다. 여름피서, 다리만큼 적당한 곳이 있던가. 다리 밖 속세인들 입장에선 우스운 피서지이고 다리 밑 피서객 입장에선 천국이 따로 없다. 그래서 여름이면 너도나도 다
사철 끊이지 않고 흘러내리는 맑고 시원한 물 또한 이 계곡의 자랑이다. 흐르는 물에 수박 한 통 띄워놓고, 군데군데 널린 호박돌에 앉아 바짓가랑이 걷어 올리고 탁족이라도 하다보면 세상 시름은 어느덧 계곡 밑 양촌제로 흘러가버린다.
아이들과 함께 이 계곡을 찾는다면 가재잡기와 다슬기 잡기 체험도 해볼 수 있다. 다소 물이 많아 가재잡기가 수월하지는 않지만, 나뭇가지 끝에 생삼겹살을 매달아 미끼로 이용하면 쉽게 잡을 수 있다.
활동적인 사람이 바다를 찾는다면 계곡은 정적인 사람들이 찾아 사색하기에 적당한 공간이다. 올 여름 답답하지 않으면서도 조용한 계곡을 찾고 싶다면 해인동 계곡을 권하고 싶다. 눈이 시릴 정도로 맑은 물, 발을 담그면 1분 이상 버티기 힘든 계곡, 가슴까지 시려온다. 김희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