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내버스, 새로운 희망을 보자 박상일(지역혁신연구가)

2010-07-23     해남우리신문


최근 해남교통 노동자들의 파업이 대도시 대중교통 파업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대했던 군민들에게 적지 않은 자극제가 됐다. 나와 무관한 일로 여겨왔던 자동차 가진 군민들도 지역사회가 공공자원을 어떻게 안아야 할지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
군내버스회사는 이익만을 좇는 일반 기업과 성격이 다르다. 우리고장의 생활현장들을 잇는 교통수단이자 취약계층의 복지와 연동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 군에서는 매년 벽지노선 손실보상금 7억 7900만원, 유가보조금 5억 2700만원, 재정지원금 6억 4000만원 등 20억여원을 해남교통에 지원하고 있다. 새 차 구입비에서부터 운영비 상당부분을 우리 군이 맡고 있으니 해남교통은 준공영회사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내버스 사업이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농촌의 자가용이 갈수록 늘어가는 데다 농어촌 인구는 줄어들고 있으니 군내버스의 경영난은 불 보듯 뻔하다. 게다가 전에 비해 벽지노선을 늘리는 추세니 빈차 운행 횟수도 많아지고 있다.
한편 우리 군은 해마다 거금을 들이고도 주민들의 만족감을 사지 못하고 있으니 난처할 지경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주민 서비스가 향상되고 경영난도 해소시키는 사례들이 늘고 있으니 관심을 둘 일이다.
일본 기후현 다지미시에서는 2003년 지역민과 기업이 공동 출자해 택시회사를 설립한 후 마을버스 사업까지 확장해 성공을 거둔 사례가 있다.
이 회사는 회원제도에 의한 할인,‘택시 문으로부터 집 현관까지’라는 개호 서비스, 쇼핑 대행과 배달 등을 실시하면서 이 같은 개념을 버스사업에도 적용했다고 한다.
미에현 욧카이치시에서는 2002년 벽지 버스노선들이 재정난으로 폐지되자 주민들이 행정과 운행사업자, 지역주민의 가교역할을 할 비영리법인(NPO)의 주도적인 역 할로 성공을 거두었다.
야경으로 유명한 구마모토현 야마에무라시에서는 시민들이 출자한 공동체버스회사가 지역 특색을 살린 장난감 같은 본네트버스를 운행하면서 흑자경영을 한 사례가 있다.
국내에서는 환승제를 통해 재미를 보는 지역들이 늘고 있다.
경북 안동시가 시내버스 무료환승제도를 시행한 결과 올 상반기 동안 14만회의 환승이 이루어져 주민 교통요금 부담이 1억원 절감됐고, 버스업계 수입금은 2억5000만원 증가했다.
이 같은 버스 무료환승제는 이용객이 5.7%나 증가할 정도로 주민 편리성이 향상됨은 물론 주민 부담을 덜면서 버스업체의 수익을 늘리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보여주었다. 경북 문경시에서는 작년 9개 오지마을을 대상으로 16인승 순환버스를 시범 운행해 주민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순환버스는 대형 농촌버스가 들어가지 못하는 오지마을을 순환하며 환승정류장까지 운행해 주민들의 버스 이용률을 크게 높였다.
해남교통에서 파업이 일자 우리 군이 버스공영제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는 보도가 나왔다. 버스공영제는 우리 군이 직영하는 방식으로써 언뜻 매우 이상적으로 보이지만 자칫‘밑 빠진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간과해선 안 된다.
이 때문에 공영제 도입을 논하기에 앞서 국내외의 다양한 사례를 꼼꼼히 들여다보고 시대추세에 대한 깊은 검토가 우선돼야 한다.
외국사례를 보자면 주민들이 운송업과 복지서비스를 연동 짓는 조합형회사(Community Business)를 설립해 직접경영에 나선다거나 비영리법인(NPO)을 통해 행정, 운송업체, 주민 간 융합역할과 생활운동을 병행하는 간접 경영방식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생각을 열면 희망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