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보살 천운스님 다비식

2010-07-25     해남우리신문
초목의 눈물일까. 청홍교 아래로는 흐느끼듯 맑은 물이 흘러내린다. 나무아미타불 독경과 목탁소리만 들릴 뿐 새들도 침묵했다. 먹구름이 물러나더니 하늘도 고운 소복으로 단장하고 내려다본다.“스님 불 들어갑니다. 나오십시오.”하얀 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이 열린다. 땡볕이 내려쪼인다. 나무아미타불을 외며 합장한 조문객들의 얼굴엔 눈물과 땀방울이 섞여 흘러내린다.
지난 18일 조계종 원로회의 원로의원이며, 조계종 22교구본사 대흥사 조실이었던 천운당 상원대종사의 다비식이 대흥사 부도전 앞에서 거행됐다. 이에 앞서 천불전 앞에서는 불교 장례 절차에 입각해 영결식이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불교계 인사를 포함해 불교신도, 정계, 학계 등 각 계층 1만명의 추모객들이 참석, 천운스님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 했다.
평생 포교활동을 해왔던 고인은 육성 법문을 통해“짐승 같은 말과 행동을 하지 말라. 경전보다는 스님의 법문을 들어라”고 설법했다.
지선 스님은 행장 소개를 통해 천운스님의 교육열과 수행자로서의 삶을 회고했다. 천운스님은“아이들을 키우는 일이 부처 키우는 일”이라며 40년 동안 150여명의 고아를 길러냈고, 자신이 세운 향림사 재가불자 자녀 47명의 교육비 일체를 절에서 부담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천운스님은 입적을 앞두고 제자들에게 남긴 유훈에서 “모든 악을 짓지 말고 선을 받들어 행하며, 스스로의 마음을 다스리면 이게 곧 불교”라는 부처님의 칠불통게를 강조했다. 그리고 포교와 어려운 아이들 기르는 것, 어려운 사람 적극 돕는 일을 게을리 하지 말고 계속 이어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제자인 보선스님(대흥사 회주)은“큰스님은 평생 교육과 복지포교에 애쓴 분이라며, 이 시대의 자비보살”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흥사는 천운스님을 이을 조실스님 임명을 49재가 끝난 이후 논의할 계획이다.
천운스님 유골은 현재 대흥사에 모셔져 있고, 49재가 진행되는 동안 부도로 할 것인지 탑으로 할 것인지도 논의할 계획이다. 부도에 모실경우 대흥사 부도전에 안치할 예정이다. 박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