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일 개관미리가본 고산유물전시관

2010-08-01     해남우리신문
조선 후기에는 어떤 유형의 여인이 미인이었을까.
짧은 저고리에 풍성한 치마, 머리가 휘어질 정도로 무겁게 느껴지는 가발인 가채, 조선 후기 여인들의 미의식이다. 동그란 얼굴에 통통한 뺨과 앙증맞은 작은 입과 코, 쌍꺼풀이 없는 긴 눈은 우리나라 전통적인 미인상이다.
8월1일 임시 개관할 고산윤선도 유물전시관에 미인도 진품이 걸렸다. 구 전시관에 걸렸던 모조품에 비해 다소곳하면서도 요염한 자태를 더욱 생생히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다.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초, 어느 날 해남윤씨 종가에 무명의 화가가 찾아왔다. 무명의 화가는 하루 이틀도 아니고 여러 날을 사랑채에서 신세를 지려니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붓을 들고 주인에게 그림을 그려주겠다고 한다.
주인에게는 사랑스런 애첩이 있었다. 날마다 들여다보아도 어여쁜 여인, 그토록 비싸다던 가첩도 머리에 얹혀주고 어여쁜 삼회장저고리도 해 입히고 모든 걸 다주어도 아깝지 않는 첩이다. 주인은 그 애교덩어리인 애첩을 그려 달라 주문한다.
화가의 눈에도 애첩의 교태와 요염함이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비록 정실부인이 아닐지라도 그래도 염연한 양반댁 애첩인데 조금의 정숙함은 가미시켜야 될 것 같다. 화가는 적당한 선에서 애첩을 그려냈다. 요염함을 표현하면서도 기생 모습이 아닌 선에서.
대부분 관람객들은 미인도에 등장한 인물을 기생으로 생각한다. 요염한 자태가 양반댁 아녀자와는 거리가 멀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회장저고리는 양반댁 아녀자만 입을 수 있는 옷이다. 또한 이 여인이 삼회장저고리를 입고 있다하더라도 정실부인으로 보기엔 어렵다. 여성에게 정숙을 강요했던 조선사회에서 양반이 자신의 정실부인을 그것도 요염한 모습으로 화폭에 담은 일은 상상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고산 유물전시관에 전시된 미인도는 작가 미상이다. 저고리가 매우 짧은 것으로 보아 조선 후기 작품으로 추정되고 삼회장저고리를 입고 있어 양반댁 아녀자로 보인다.
이 시기에 그려진 작품으로 신윤복의 미인도가 있다. 신윤복의 미인도는 단아한 모습, 수줍은 모습을 담은 여인상으로 이곳 미인도와 비교가 된다.
고선윤선도 유물전시관에 진시될 작품들은 대부분 진품이다. 미인도를 비롯해 공재의 세한도도 진품이며 오는 10월 15일 정식개관 일에는 진품인 자화상도 내걸린다.
이외에도 고산선생의 작품과 해남윤씨 종가댁에 대대로 내려오는 유물 모두 진품이 전시된다. 또한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왕들의 친필도 볼 수 있다. 조선 태조부터 경종까지 친필이 선을 보이고 공재 그림을 한데 모은 해남윤씨 고화첩도 영상을 통해 볼 수 있다.
한편 이곳 유물관에는 국립 현대미술관과 간송미술관 등에 흩어져 있었던 공재 및 윤용 등 3대 화가의 작품 21점도 볼 수 있다. 비록 진품은 아니지만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작품이어서 관심을 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