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님 때문에 마을이 너무 변했어요

2010-02-24     해남우리신문

요즘 부호리 할머니들의 얼굴에 자신감이 생겼다. 부끄러움도 없어지고 남을 대할 때도 당당해졌다. 한글교실에서 글을 배운지 1년. 처음에는 기러기 날아가듯 삐뚤삐뚤 하던 글씨가 이젠 제법 또박또박 잘도 써지고 읍내 간판들도 띄엄띄엄 읽을 수 있다. 그런데다 맨날 윗집 아저씨에게 부탁하던 부의 봉투도 직접 쓰니 이 보다 더 좋은 세상이 어디 있겠는가.
한글을 통해 더 넓은 세상을 접하고 생각의 힘을 얻게 된 부호리 70대 30여명의 할머니들 삶의 뒤에는 최명환(65·사진)이장이 있다. 2009년 이장으로 선출된 최씨가 가장 먼저 추켜든 것은 한글교실이다.
한글교실을 열겠다고 말을 한 후 최이장은 읍내 나가 8만8000여원어치의 공책과 지우개, 연필을 샀다. 자신의 주머니에 들어있는 돈을 다 턴 액수였다. 그리고 공책마다 일일이 학년과 이름을 써 할머니들에게 나눠줬다. 65세 할머니는 6학년 5반, 82세면 8학년 2반이라는 식으로 학년과 반을 메겨 나눠준 것이다.
그리고 매일 오전 10시에 회관에 들러 그날 써야할 글씨를 숙제로 내준다. 그리고 오후 5시면 어김없이 다시 회관에 들러 숙제를 점검하고‘수고하셨어요’라고 적힌 도장을 찍어준다.최 이장이 개설한 한글교실로 인해 그야말로 벽지인 부호리에 많은 변화가 왔다. 가장 중요한 것은 노인들의 모습에 활기와 자신감이 생긴 것이다. 배움의 힘으로 마을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최 이장은 올해 회관 2층을 정식 교실로 꾸밀 꿈에 부풀어 있다. 학교 교실처럼 그럴싸하게 꾸며 할머니들에게 학교 다니는 재미를 심어주겠다는 계획이다.
한글로 마을 노인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최명환이장. 그가 있기에 부호리는 활기가 넘친다.
박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