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술집을 아시나요 ② 화산면 해창슈퍼

2010-02-24     해남우리신문

하루의 무게를 털고 어깨에 얹힌 짐 부리고 싶을 때 찾는 곳이 있다. 굳이 누구랑 마주하지 않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잠시 들러 삶에 찌든 걸걸한 목 축이고 가는 선술집.고천암 갈대밭 초입에 자리한 해창슈퍼는 그냥 평범한 가게이다. 오다가다 고천암에 온 낚시꾼들이 담배나 막걸리를 사가기도 하고, 해질 무렵 헛헛한 속 달래기 위해 가볍게 들렀다 가는 곳이기도 하다.
채영길(43)씨는 지난해 6월 베트남에서 온 아내에게 가게를 맡겼다. 아직 한국말이 서툴러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지만, 아내에게 손님들 대하면서 한국말이라도 배우라는 취지로 가게를 시작했다고 한다. 쑥스럽게 아내의 머리가 좋다고 말하는 채씨에게서 아내에 대한 사랑이 묻어났다. 그는 아내가 얼른 한국말을 배워 한국 사회에 적응해주기를 바랐다.
베트남에서 온 팜티히엔씨는 한국 요리를 잘 하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술꾼들의 입맛에 맞는 안주를 만들지 못한다. 술손님들은 본인들이 직접 끓여먹기도 하고 그저 간단히 두부를 안주 삼아 마시고 가기도 한다. 화산 연곡이 고향인 채씨는 돈을 벌기 위한 장사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지금처럼 인근의 마을 사람들이 동네 사랑방같이 생각하고 잠시 들러 한담을 나누고 가기를 바란다고 했다.
채씨는 현재 남향레미콘에 근무하고 있는데, 이전에 20년 동안 가게를 운영하던 사람이 사정이 생겨 지난해 가게를 인수하게 되었다. 채씨는 퇴근 후 집에 오면 아내를 도우면서 술손님들과 이야기와 술을 나누기도 하는데, 동네의 어지간한 소식은 채씨의 가게를 거쳐 간다고 한다. 마음 답답한 날 고천암 갈대밭에 들러 바람에 속삭이는 갈대들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채씨의 가게에 들러 음료수라도 마셔보자.
박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