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 그리고 사랑한다 딸아
2010-09-10 해남우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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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어. 그렇게 하도록 해” “네 뜻대로 하렴”
네가 엄마에게 가장 듣고 싶은 소리라 했다.
그동안 얼마나 너에 대해 부정하고 조건을 달고 잔소리를 해댔을까.
네가 말하는 것마다 엄마의 잣대에서 너를 성형하려 했을까.
미안타. 내 딸아.
요즘 시대엔‘자녀교육 면허증’이 있다고 하던데, 엄만 아직 초보운전인가 보다.
지난여름 엄마와 아빠는 청소년 시기의 자녀를 둔 부모답게 몇 번의 사건으로 신고식을 치르고 좀 더 냉철하게 상황을 생각하고 싶어 가족 상담을 시작했지.
그곳에서 너에 대한 문제가 무엇인지 알아보고, 개선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해보고자 시작했건만 상담이 진행되면서 이건 웬 걸,
너 보다는 엄마와 아빠의 문제가 더 많아 심히 놀랐단다.
학창시절, 누군가 나의 멘토가 되어 주었더라면 대학 진학에서부터 지금 현재의 모습에 이르기까지 가슴에 남는 후회가 적었을 텐데 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가지고 살았던 엄마가 첫 애인 너에게 얼마나 많은 요구를 했던지.
인생의 로드맵을 세워놓고 그 목표를 달성하라고 너에게 채근하지는 않았던지.
지나간 세월들이 하나 둘 이야기 되며 정말 많은 후회를 했단다. 이것저것 열린 마음으로 너의 작은 실수를 바라봐주고 기다려주지 못했던 엄마가 너에게 자신감이란 단어를 빼앗지는 않았을까.
누가 봐도 예쁘고 성실하고 착한 딸인데, 모든 일에 너의 노력보다는 결과만을 가지고 일희일비 하지는 않았을까.
내 딸, 넌 정말 멋진 아이고 소중한 딸이란다.
넌 지금 충분히 잘 하고 있고 앞으로도 잘 할 수 있는 저력이 있는 아이야. 그 믿음이 엄마 마음 안에 있다는 걸 이번 상담을 통해 발견할 수 있었어.
그걸 표현하지 못하고 언제나 확인하려 했던 모습을 크게 반성하면서 상담은 종료를 했고 이제 남은 건 너에게 사과하고 너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거야.
효선아, 내 딸, 사랑한다.
엄마 입에서 공부하란 소리는 이제 지울 거야.
왜냐고, 넌 스스로 충분히 잘 할 수 있는 아이고,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인생을 살아가면서 공부보다도 성적보다도 더 소중한 게 많기 때문이야.
엄마와 단 둘이 영화보기, 아빠와 함께 여행하기 등 가족과 함께 나눌 추억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엄만 이번 여름에 깨달았거든.
내 딸, 내년에 엄마 생일엔 예쁜 카드와 함께 올해 못 받은 선물도 받을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