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정원 이야기] 식물원일까 정원일까…1,000평 규모

20년 가꾸니 새들도 놀다가네 은향다원 김은숙·정두채 부부

2020-05-11     조아름 기자
옥천면 마고마을 은향다원 김은숙·정두채 부부의 1,000평 규모의 정원은 식물원이라 불릴만큼 볼거리가 많다.

 

 노란 나도양지꽃이 잔잔히 봄을 알린다면, 작약과 목단은 화려함으로 봄을 맞는다. 
옥천면 마고마을 은향다원 김은숙(82)·정두채(82) 부부의 1,000평 규모의 정원은 볼 것이 너무도 많아 눈 깜빡하기 아쉬울 정도다. 200여 가지 수종들이 뿌리 내린 정원은 새들의 삶터이기도 하다. 물까치, 까치, 직박구리, 오목눈이, 동박새, 딱따구리, 휘파람새 등 종류도 참 다양하다. 
부부는 젊을 적부터 꽃과 나무를 사랑했다. 남편은 월급을 받을 때면 화원에 들러 나무를 사왔고, 아내는 시장에서 꽃을 사와 베란다에서 꽃과 나무를 길렀다. 더 넓은 자연에서 마음껏 식물을 키우고 싶었던 부부는 20년 전 은퇴 후 도시생활을 접고 남편의 조부가 살았던 마고마을에 정착했다. 그리고 오랫동안 키워온 분재들을 마당에 감각적으로 배치해 심었고 조부님이 심은 나무는 집터를 둥그렇게 둘러싸게 했다. 
세월이 묵은 토종 동백은 1월부터 지금까지 꽃을 피우며 정원에 생기를 준다. 석류, 앵두도 오래 묵었지만 매년 탐스런 열매를 맺는다. 
김은숙씨는 봄이 좋다. 겨울동안 움츠렸다가 마당에 새순이 올라오면 마음이 설레기 시작한다. 봄이면 녹차를 수확하랴, 정원 돌보랴 바쁜 하루를 보내지만, 이 시간이 참 행복하단다. 

 꽃과 나무를 사랑하는 부부지만, 취향은 정확하게 구분된다. 정두채씨는 목단, 목련, 금목서처럼 꽃이 크고 향기가 좋은 꽃을 좋아한다. 김은숙씨는 야생화처럼 잔잔하고 섬세한 꽃을 좋아한다. 마당 곳곳에 제멋대로 피어난 등심붓꽃과 나도양지꽃이 특히나 예쁘단다.
정원은 아이들에게는 체험의 장이 되기도 한다. 가정집에서 이렇게 다양한 수종을 기르고 잘 관리하는 것은 드물기 때문에 많은 이들에게 좋은 식물원이 된다.
김은숙씨는 피고 지는 꽃이 아까워 꽃을 이용해 꽃차를 만든다. 2004년부터 꽃차의 길로 들어섰고 전문자격증도 취득했다. 
일년 내내 꽃이 피는 정원은 꽃차재료를 제공하는 장소다. 동백, 매화, 진달래, 개나리, 넝쿨장미, 목련, 박태기, 골담초 등 30여 가지 꽃으로 차를 만든다. 향과 꽃모양이 예쁜 식물을 선별해서 꽃을 틔우기 직전 꽃봉오리를 수확해 만드는 차다. 
가장 인기가 좋은 차는 목련차와 녹차꽃차로 정원과 온실, 차밭에서만 나온 믿을 수 있는 재료만 사용한다. 
집을 방문하는 사람들마다 노부부가 이 넓은 정원을 어떻게 관리를 하는지 질문을 한다. 이에 부부는 잡초도 적당히 두는 것이 운치에 좋다고 말한다. 지금은 쓸모를 알지 못해 잡초인 것이라며, 언젠가 그 쓸모를 찾게 될 것임도 덧붙인다.
정원에는 어디서도 보지 못한 나무들이 참 많다. 

 조팝나무, 아주가렙탄스, 아이리스, 박태기, 남천, 불두화, 미선나무, 호랑가시나무 등 종류와 색도 다양하다. 마당 연못에는 팔뚝만 한 잉어가 산다. 연못가로 공작단풍이 흐드러지게 잎을 내리우니 그 마저도 작품이다. 
부부는 나무 하나를 심을 때도 깊은 고민을 하고 배치한다. 저기에 어떤 빛깔이 들어가면 좋을지, 색이 어우러지게 포인트 식재를 한다. 
정원을 가꾼 지도 20년. 부부의 정성을 담아 탄생한 정원은 어느 것 하나 손길 닿지 않은 곳이 없다. 노년에 자연과 벗 삼아 살아가는 인생이 참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