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남매 팔순잔치 (16호)

2010-04-17     해남우리신문
지난 10일 화산면 송평 마을에 웃음꽃이 피었다. 이채례씨 팔순잔치. 요즘 들어 팔순잔치야 쉬이 눈에 띄는 일이지만 이씨의 팔순잔치는 의미가 남다르다.
이날 팔순잔치는 쌍둥이인 큰아들 김양민(52)씨 부부가 마련했다.
김씨는 25세 되던 해에 아버지를 여의었다. 아버지는 8남매 중 누님 둘만을 결혼시킨 상태라 차마 눈을 감지 못하고 가셨다. 초등학교 3년인 막내둥이를 비롯해 5남매는 고스란히 김씨의 몫이 됐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1년 후 김씨는 아내인 김정순(48)씨와 화촉을 밝혔다.
그러나 이들 부부를 기다리는 건 단란한 신혼이 아니라 동생들을 키우고 가르쳐야 할 일들이었다.
고구마 농사를 짓고 소를 키우며 그저 앞만 보고 달렸다. 시골살림으로 5명의 동생을 가르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동생들의 부모가 된 입장에서 죄다 교육을 시키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남동생들은 대학까지, 여동생들은 고등학교까지 보내야겠다는 다부진 목표를 세우고 열심히 일을 했고 아내인 김정순씨도 군소리 하나 없이 시동생들의 교육에 헌신해줬다.
형님의 노력에 동생들도 열심히 따라줬다. 이미 동생들에게는 김씨가 믿음직한 아버지가 돼 있었던 것이다. 김씨 부부는 동생들 교육 이후 결혼까지 책임졌다.
동생들을 교육시키는 동안 3명의 자녀들도 태어났다. 김씨 부부는 3명의 자녀들도 모두 대학까지 진학시켰다.
김씨 집안의 형제애는 동네에서도 자자할 정도다. 열심히 생활하는 형님, 홀로 되신 어머님을 극진히 모시는 큰 형님에 대한 동생들의 믿음은 너무도 크고 동생들을 사랑하는 김씨 부부의 감정도 남다르기 때문이다.
어머니 팔순잔칫날, 8남매 자녀를 비롯해 사돈들까지 모두 참석했다. 동생들과 누님들이 속속 도착하자 김씨의 표정은 그야말로 웃음 그 자체였다.
형제들도 시종 웃음꽃을 피운다. 모두들 똑같은 옷을 입고 다정한 형제임을 자랑하고 나선 형제들. 어머니 이채례씨에게 더 좋은 세상이 있을 것이니 건강히 오래오래 사시라고 절을 올린다.
어머니 팔순잔치가 남다르게 다가오는 김씨. 열심히 살아온 지난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것일까. 아내인 김정순씨에게 정말 고맙다는 말을 연신 되풀이 한다.
동네사람들도 김씨에게 한마디씩 건넨다. 너무 보기 좋다고. 그동안 수고했다고.
김희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