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부의 마지막 도전…해남에서 바나나 농사를

손주들 위해 무농약으로 북평 신용균·홍홍금 부부

2020-05-18     조아름 기자
신용균·홍홍금 부부가 건강하게 농사지은 바나나가 오는 7월 수확을 앞두고 있다. 

 

 평생 농사를 지어온 부부가 인생의 노년 앞에서 마지막 도전에 나섰다. 북평면 용수리 땅끝물산 신용균(74)‧홍홍금(70) 부부는 지난해 바나나 농사를 시작했다. 
8m에 이르는 대형하우스에 들어서면 이국적인 바나나 나무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높다란 바나나 나무, 하늘을 향해 솟아있는 바나나 잎, 주렁주렁 열린 바나나들이 동남아를 방불케 한다. 이곳 600평 하우스에는 바나나 450주가 자라고 있다. 첫 바나나 농사지만 나무마다 13손이 달릴 정도로 농사를 잘 지었다.  
신용균씨는 “소득 면에서도 괜찮고 이후에 자녀들도 할 수 있는 농사를 찾게 됐다”며 “앞으로 희망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도전했다”고 말했다. 
생소한 열대작물 농사지만, 자녀들의 전폭적인 지지에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주말이면 광주, 세종에서 자녀들이 내려와 농사를 돕는다. 함께 농사법과 판로를 고민하고, 체험 농장을 준비하고 있다. 부부는 바나나 농사를 시작하고 자녀들, 손주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바나나가 가족을 더 화목하게 만들었다. 
처음 도전하는 바나나 농사지만 그동안의 농사 경력이 빛을 보였다. 신씨 부부는 그동안 쌀, 배추, 고추, 마늘, 양파, 감자 등 평생 관행농사를 지어온 베테랑 농부다. 신씨는 13세부터 농사만 60년을 지었기 때문에 금방 감을 찾을 수 있었다. 바나나 농사는 누구나 안심하고 먹을 수 있도록 건강하게 지으며, 무농약 인증도 앞두고 있다. 
부인 홍홍금씨는 “아들이 학생 시절 호주 바나나 농장을 경험해보고 충격을 받아 지금까지도 손주들에게 방부제에 담근 수입 바나나를 먹이지 않는다”며 “손주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바나나를 농사짓고 싶었다”고 말했다. 
국내산 바나나는 당도, 식감면에서 경쟁력이 높다. 국내산은 인공적인 후숙, 방부제 처리를 하지 않고 나무에서 익힌 후 수확해 신선하고 맛이 좋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국내산 바나나는 1kg 만원 정도로 수입산 바나나보다 약 2~3배 비싸지만 학교 급식, 아이들의 건강 먹거리를 찾는 이들에게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또 이색적인 풍경을 느낄 수 있는 바나나 농장은 체험학습 장소로도 각광받을 전망이다. 현재도 전국 각지에서 바나나 농장 견학이 줄을 잇고 있다.  
홍홍금씨는 바나나꽃을 이용한 꽃차도 만들고 있다. 바나나꽃은 아시아 요리에서 식재료로 활용돼왔다. 바나나꽃을 손질해서 차를 만들면 은은한 향이 나고, 풍부한 비타민과 미네랄이 들어있어 항우울증, 당뇨, 빈혈에도 효과를 보인다.
앞으로 해남에서 농사지은 무농약 바나나를 먹을 날이 머지않았다. 이곳 바나나는 7월 중에 수확을 앞두고 있다. 
땅끝물산 : 북평면 와룡길 25 / 010-5611-13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