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청년 이야기] “인생도 가구처럼 조립되고 이어가는 거겠죠”

물리치료사에서 가구조립사로 해남청년 상일씽크 문승완씨

2020-06-01     김성훈 전문시민기자
물리치료사였던 문승완씨는 조립과 이어짐으로 완성되는 가구가 좋아 아버지에 이어 상일리베가구·상일씽크를 운영하고 있다.

 

 그의 이름은 문승완(40). 아버지에 이어 상일리베가구·상일씽크를 운영하고 있지만 그의 전공은 물리치료이다. 
1981년생인 그는 해남중, 해남공고를 거쳐 성장한 해남 토박이다. 
그는 고교 졸업 후, 아버지가 운영하는 가구점에서 처음 줄자를 잡았다. 집 구조에 따라 치수를 재고, 그 길이에 맞춰 씽크대를 조립하는 반복적인 일, 염증을 느꼈다. 그때만 해도 그는 삶을 덧대어 공간을 깁는 일의 즐거움을 알지 못했다. 
공부를 해볼까. 그래서 택한 것이 세한대학교 물리치료학과였다. 29세 때의 일이다. 
4년간의 물리치료학 공부, 치료를 요하는 사람들과의 만남, 그 과정에서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치료하는 것이 환자의 신체에 결핍된 기능 회복을 도와주는 작업이었다면, 드릴로 나사를 돌려 선반을 조립하고 책장을 세우는 작업도 삶의 환경을 바꾸려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작업이다는 사실 말이다.
그는 마음을 달리 먹었다. 그동안 아버지에게 어깨너머 배운 기술을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었다. 
실내장식 전문 업체에 일년 정도 몸을 담았다. 나사못을 박는 법, 이음새를 재단하는 법, 환풍기를 조립하는 법 등 세세한 것들을 배우고 익혔다. 그 과정에, 생각지도 않은 삶의 변화가 왔다. 그의 단짝이 될 배우자를 만난 것이다. 
혼자서 살아가던 삶에, 다른 삶이 조립됐다. 하나의 나무가 다른 나무에 기대어 만들어내는 연리지처럼, 그는 살아가는 것에 대해서 생각했다. 해남 사람으로서, 해남 청년으로서, 궁극에는 두 딸의 아버지로서 살아가야 할 책임을 말이다. 
버겁다고 느끼기도 전에 그의 주변으로 사람들이 모였다. 혹은 그가 직접 발품을 팔기도 했다. 봉사활동 단체인 와이즈맨과 의용소방대 활동을 시작했다. 
바쁜 활동 속에, 사람의 인연이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환자로 만났던 한 할머니가, 자신을 부른 고객의 어머니로서 조우한 것이다. 아팠던 양반이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마당에 나가 고추를 말리고, 자녀를 호탕하게 부르는 소리에 깜짝 놀랐다. 삶은 중단되는 것이 아닌 이어지고, 그 이어짐이 다른 날 기분 좋은 만남으로 열매 맺는다는 사실이 경이로웠다. 
그는 그 이음의 고리에서 꿈 한 페이지를 덧붙였다. 언젠가 자신의 손으로 이동식 주택을 만들고 싶다는 희망. 꿈을 실은 그의 트럭은 오늘도 내일도, 해남군 전역, 장흥, 강진 완도, 진도를 누빌 것이다.     

 

 

김성훈 전문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