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약고 된 혈도, 농민들 대규모 농기계 투쟁으로 맞서
트랙터, 트럭 등 100대 시위 다음 투쟁장소는 군청으로
혈도간척지 신재생에너지 복합단지 조성사업이 화력발전소에 이어 갈등의 화약고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5일, 최근 10년간 찾아보기 힘든 대규모 집회가 열린 것이다.
이날 들녘의 논밭을 갈고 있어야 할 트랙터들이 문내면 면사무소에 집결했다.
황산면 옥동마을 대명유통 앞에 트랙터와 트럭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해 30분만에 100여 대가 모였다.
혈도간척지 태양광사업의 갈등은 지난해 8월 한국남동발전과 토지주인 모아건설·주택이 협약을 체결하고 특수목적법인(SPC)인 (주)희망에너지를 설립해 동양 최대 규모인 176만평 부지에 400MW급 육상·수상태양광, 풍력 등의 신재생에너지 복합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사업추진에 있어 주민들과의 갈등과 불투명한 사업추진, 간척지 진입로 차단 등으로 갈등이 확대됐다.
이날 농기계 투쟁에 나선 농민들은 대명유통을 시작으로 문내면 장포마을~문내면사무소 10km 구간을 행진했다. 농민들의 이 같은 대규모 집회는 최근 10년간 찾아보기 힘든 규모였다.
농민들과 사업자 간 갈등은 지난 3월부터 본격화됐다. 그러나 이번과 같이 대규모 항의시위는 보리를 수확해야 하는 시기에 사업주 측이 혈도로 향하는 농로를 차단하면서 발생했다.
혈도태양광반대대책위에 따르면 “이번 집회는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일방적인 반대집회가 아니다. 공기업과 개인자본이 주민의 생활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수익 올리기에만 급급한 나머지 마을 사람들 간에 반목을 만들었기 때문이다”며 “노인들을 상대로 동의서 사인을 놓고 수백만원의 지원금을 약속하는가 하면, 지난 3월에는 SPC 측에서 찬성추진위를 꾸려 문내 주민들을 찬반진영으로 갈라놓았다”고 말했다.
이어 “혈도간척지는 염분이 많아 지난 20년간 농민들이 피땀 흘려 객토작업과 용수작업으로 염해를 제거해 이제 쓸만한 농토가 됐다. 그런데 태양광발전 시설을 하겠다고 임대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것은 대기업의 횡포다”고 주장했다. 또 “오늘은 태양광시설로 주민들의 갈등을 야기하는 사업자들에게 투쟁의 시작을 알리는 날이다. 다음 농기계 집회는 해남군청에서 열 예정이며 혈도간척지 태양광 사업이 중단될 때까지 투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혈도 태양광사업으로 인해 황산과 문내면민들 간의 찬반의견이 갈리면서 갈등도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