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정원 이야기] 정원도 하천도, 야생화 마을로 거듭나다
삼산 문화마을 이홍근·김순례 부부 꽃과 나무 200여 종, 주민과 나눈다
삼산면 문화마을에 들어서면 집집마다 다양한 야생화 정원이 눈에 띈다. 길가 하천가에도 야생화가 가득하다.
야생화와 함께하는 이홍근(72)‧김순례(69) 부부로 인해 해남에 야생화 마을이 탄생할 날도 머지 않는 듯하다. 다른 집의 야생화도 마을 하천가 야생화 모두 이들 부부의 작품이다.
황폐했던 마을에 생기를 불어넣으며 조경 전도사, 야생화 나눔가로 살고 있는 이씨 부부. 이들 부부 덕에 삼산면 문화마을에는 꽃이 가득하다.
2011년 해남에 귀촌한 부부는 옥천이 고향이지만 좋은 터를 찾다가 이 마을에 자리를 잡게 됐다. 부부는 집을 짓고 마당을 가꿨다. 약 180평 마당에는 200여종 꽃과 나무가 잘 조성돼 있다. 보기 어려운 희귀한 식물도 많다.
복수초, 조팝, 비비추, 캄파놀라, 수레국화, 우단동자, 빈돌이, 삼색병꽃, 다정금, 백합, 망종화, 불두화, 애기범부초, 디지털리스 등 다양하다.
야생화에 처음 빠지게 된 것은 아내 김순례씨였는데, 이제 남편 이홍근씨가 더 좋아해 열심이다.
이씨는 “어느 날 꽃을 보는데 참 예뻤고, 그다음 날 보니 더 예뻤다”며 “좋아하지 않으면 잔 일이 많아서 하기 힘든 게 조경이다”고 말했다.
부부의 마당 잔디에는 풀 하나 없다. 이씨는 일로 생각하면 힘든데, 즐기면서 하니 풀을 뽑는 일도 재미있단다.
내가 손댄 만큼 꽃이 피기 때문에 할 일이 많다. 그렇다 보니 손에 흙을 묻히지 않는 날이 없다. 꽃을 키우면서 책과 유튜브,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서 공부도 많이 했다.
부부는 야생화를 키우며 자연을 알게 됐다. 자연은 기다리다 때가 됐을 때에만 꽃이 핀다는 기본 이치를 깨달았다. 또 꽃을 만지고 가꾸면서 정서적 안정을 찾는다.
부부는 봄이 되면 모든 신경이 살아난다. 식물들이 새싹을 틔우는 것처럼, 꽃이 피는 계절에는 자다가 일어나 정원의 꽃을 구경한단다.
이씨는 작고 잔잔한 꽃을 좋아한다. 은배초, 애기둥글레, 황금비비추 등 작지만 힘 있는 야생화가 좋단다.
겨울에는 하우스에서 식물을 가꾼다. 전골집 냄비에 아래 구멍을 뚫어서 다양한 식물들을 예쁘게 배치했다.
한편 부부는 각종 꽃과 나무 200여 가지를 마당에 심다 보니, 더 이상 가꿀 공간이 없었다. 마당을 넘어 마을 하천가 조경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이씨 부부는 집 앞 개울을 따라 넓은 꽃길을 조성했다.
처음 이 마을에 들어왔을 때 하천가는 잡풀이 무성했고 산딸기 가시넝쿨은 도로를 넘어 집 앞까지 넘어왔다. 가시넝쿨을 모두 제거하고, 흙이 무너져 내리지 않도록 산에서 캐온 두릅과 홍가시 등 여러 나무를 심었다.
하천에 물이 흐르고 산책로 사이에 예쁜 야생화가 핀 문화마을이 완성됐다. 길가에는 다양한 종류의 야생화를 심어 꽃길을 조성했다. 10년 동안 정성을 쏟은 꽃길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든다.
부부는 집집마다 꽃 분양도 많이 한다. 꽃은 균형을 맞춰서 솎아줘야 하기 때문에 남는 꽃들을 주변 사람들에게 많이 나누고 있다.
이씨 부부가 나눈 야생화로 문화마을 분위기가 바뀌었다. 주민들은 함께 조경하고, 마을을 가꾸며 살아가고 있다. 부부는 앞으로도 꽃을 가꾸며 자연을 벗 삼아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