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일 하길 참 잘했어’ 하는 당신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2020-06-15     김창숙/새하늘지역아동센터장
김창숙(새하늘지역아동센터장)

 

 조심스레 글을 열어봅니다.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2008년 힘겹게 지역아동센터의 문을 열었습니다. 
마땅한 장소가 없어 현재 사용 중인 현산면 복지회관을 빌리는데 참 우여곡절도 많았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행정절차 등이 있어 까다로울 수밖에 없었겠지만 그때는 ‘비어 있는 공간을 지역 아이들을 위해 사용하겠다는데’ 하며 내 진심을 모르는 이들로 인해 억울하고 답답하고 참 어이없다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힘들게 지역아동센터 문을 열고서도 2년 가까이 자비량으로 운영을 하였습니다. 
2년째 되는 해에 급식비, 운영비도 나오고 최저 임금도 안 되는 돈이었으나 급여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얼마나 다행이던지요. 그것도 잠시, 정신없이 4년 일하며 중턱을 향해 오를 때 숨 막히고 공허함이 밀려와 그만 내려가고 싶었습니다. 
마땅히 누군가 해야 할 일이고 이 지역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일이라는 소명감에 불타 시작했던 일이지만 과히 녹록지 않았습니다. 
두 명의 종사자가 감당해야 하는 서툴고 넘치는 행정 업무, 29명의 아이들과 매일 씨름하는 일,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일에 대한 자괴감, 주말 없이 일한 참담한 노동의 댓가, 피폐해가는 주부의 자리와 돌보지 못하는 가정. 
정말 잘하는 일인가에 대한 의문과 딜레마에 빠져 문을 닫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기도하며 마음을 추스를 때 보이는 눈빛들이 있었습니다.
때론 버겁고 때론 두렵고 때론 원망스러운 아이들이었습니다. 
공부하기 싫다고 투정을 부리고, 친구들과 다퉈 울고 다양한 모습으로 제 마음을 아프게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간식을 받아들고 마냥 좋아하는 아이를 보며 그래도 함께 몇 년을 비비며 살았다고 있는 그대로 믿어주는 아이들의 미소를 보며, 추운 골목길에 한참 서서 손자 오기를 기다리는 할아버지의 눈빛을 보며 아이를 집 앞에 내려주고 오는 차 안에서 저는 속삭였습니다.
정의기억연대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마포쉼터(평화의 우리집) 손영미 소장님의 죽음은 한참 전의 제 생활을 꺼내놓게 했습니다. 
꼭 필요한 일이었기에 고결한 초심 가운데, 이끌리는 대로 첫발, 한 발, 한 발 내딛는 어려움을 견디고 오셨을 그 마음을 조금이나마 생각하기에 마음이 쓰립니다. 
공과는 분명 정리돼야 합니다. 그래도 지금까지 그분들이 삼켰을 눈물, 오매불망 위안부 할머니들을 생각하며 밤잠 설치던 밤, 이 세상 가운데 할머니들의 그 아픔을 알릴 수 있었던 그분들의 공은 잊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함부로 그분들을 향해 돌을 덜질 수도 없을 것입니다. 
지금도 ‘이 일 하길 참 잘했어’라며 세상 구석구석에서 힘겨운 씨름을 하고 계신 그분들을 향해 박수를 보냅니다. 
그분들 가슴에 담은 남을 위한 꿈. 그 꿈을 향한 초심이 흔들림 없이 견고하게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지켜내야 하는 것. 그것이 우리들의 몫이 아닐까요?
안도현 시인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 안도현의 시, ‘너에게 묻는다’ -』
오늘도 새하늘 악동들과 전쟁을 치릅니다. 
그래도… 이 일 하길 참 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