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도 골목도 식물원…도시 한복판의 녹음정원
버려진 물건도 보물로 재탄생 읍 수성리 박성함·정동순 부부
마당이 작고 좁은 집, 그러나 식물원이다. 다닥다닥 집이 붙어있는 해남읍 수성리 주택가, 그곳에 위치한 박성함(66)‧정동순(65) 부부의 집에 들어서면 길다란 골목길에 조성된 다양한 식물과 꽃이 푸름을 자랑한다.
다양한 화분에 흙을 채워 자신만의 정원을 조성한 아내 정씨는 매일 아침이면 이곳에서 긴 시간을 보낸다.
벌레를 먹은 나무에겐 ‘얼마나 가려웠니’ 말을 건네며 벌레를 잡아주고, 흙이 마른 곳에는 수북하게 물을 준다. 정씨의 보살핌 덕에 이 좁은 골목은 늘 초록이 무성하다.
골목은 ‘텃밭’이기도 하다. 열무를 심어 김치를 담그고, 상추도 심어 맛있는 반찬을 한다.
정씨는 정성을 쏟아 텃밭을 관리한다. 그냥 심어두기만 하면 벌레가 다 뜯어 먹기 때문에, 밤에 불을 들고 벌레를 잡아준다.
골목을 지나 집으로 들어가면 녹색 식물들이 벽면을 차지하고 있다. 식물원에 들어온 것처럼 청량하고 상쾌한 공기를 자랑하는 이곳에도 부부의 애정이 담겼다.
손재주가 좋아 ‘맥가이버’로 불리는 남편 박씨가 철조로 선반을 만들어 보기 좋게 화분을 놓았다. 다육식물, 극락조, 알로에 등 다양한 수종이 이곳에서 자라고 있다.
부부의 정원에는 비싼 꽃은 없다. 3,000~5,000원 저렴한 꽃들을 사다가 키우는 재미를 느끼며, 잘 키워 화분을 여러 개 만들었다. 이 정원에서는 봄여름에 장미와 다육식물, 가을겨울에는 푸르른 나무를 보는 재미가 있다.
부부는 겨울에 무엇보다 단열에 신경을 쓴다. 식물이 잘 자라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집을 따뜻하게 한다. 남편 박씨는 식물을 위하는 마음이 대단해 겨울에는 불도 넣어주기도 했단다.
한편 2002년 이 집으로 이사 온 부부는 알뜰하게 살림을 꾸려왔다. 오래된 주택의 좁은 공간에서 공간 활용을 참 잘했다.
남이 버린 물건들도 남편 박씨를 만나면 보물로 재탄생한다.
비상한 아이디어와 손재주, 감각이 더해져 새로운 작품이 만들어진다. 식탁이며 옷장, 침대, 의자 등 다양한 가구를 재활용해 집안 곳곳을 채웠다. 항아리도 남이 버린 것들을 수집해 정원의 한 켠에 채워 공간을 꾸몄다.
2층에는 탁구, 당구, 골프와 다양한 만화책‧비디오를 즐길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부부는 “각박한 세상에서 작은 것 하나에 만족하며 사는 삶이 행복하다”며 “작고 좁은 집이었으나 공간을 잘 활용해 나의 공간을 꾸미며 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