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반가운 만화책도 90년대 비디오도 있네

읍 수성리 박성함씨 2층 창고

2020-06-29     김유성 기자
해남읍 수성리 박성함씨의 개인주택 2층은 1만여 권의 만화책과 비디오테이프가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어 과거 만화방의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박봉성이 일간스포츠에 기고했던 만화 ‘신이라 불리는 사나이’, 이후 웹툰으로 드라마로 제작된 만화 원작을 만나는 기쁨,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추리소설 소년탐정 김전일과 한마바키, 코난도 보인다.
80년대는 박봉성과 이현세, 고행석을 비롯한 무협만화 작가인 하승남과 이재학이 활약했다면 90년 들어선 일본만화가 풍미했다.  
소위 ‘학원폭력물’ 가운데 고전 격에 속하는 상남2인조. 드래곤볼의 판매부스를 뛰어넘은 ‘원피스’ ‘나루토’도 있다. 무협소설 ‘사자후’, 판타지 무협지 ‘지크’, ‘이드’와  ‘소림권왕’, 웹툰으로도 사랑받은 문정후의 ‘용비불패’도 보인다.
만화·무협소설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접해봤을 익숙한 만화 제목들이다. 
교회시설관리에 30년 가까이 몸담아온 박성함(66)씨의 주택 2층을 가득 메우고 있는 만화책들. 그런데 만화책과 무협소설만 있는 것이 아니다. 비디오테이프도 벽면 한쪽을 가득 채우고 있다. 80~90년대를 풍미했던 애로물들, 젖소부인 바람났네, 뽕 등 낯이 조금 뜨겁지만 반가운 비디오테이프들이다. 007시리즈, 홍콩 무협만화 등 액션물도 가득하다.
방 가운데는 당구대와 골프연습장, 탁구대도 있다. 당구대는 남성과 여성의 취향에 맞춰 4구당구대와 포켓당구대 2대가 놓여있다. 
박씨는 2003년 해남읍교회 사택 부지를 사들여 2층을 개조해 창고 형태로 만들었다. 그리고 당구대와 탁구대를 놓고 교회 지인들의 아지트를 만들었다. 일요일 예배가 끝나면 그곳에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러다 동생이 운영하던 편의점이 문을 닫자 편의점에 있던 만화책과 비디오테이프, DVD, 소설책을 가져왔다. 당시 편의점은 만화와 비디오 등을 대여했다. 이후 웹툰이 쏟아지고 컴퓨터와 모바일로 만화를 보는 시대가 오자 만화 대여공간도 사라졌고 만화책들도 폐지로 팔려나갔다. 이에 박씨는 동생에게서 1만 권의 책과 수백의 개의 비디오테이프 등을 가져와 2층 벽을 빼곡히 채웠다. 
수많은 만화책과 비디오, 당구대 등이 있지만 정작 박씨는 이것들을 즐겨 사용하진 않는다. 
박씨는 “당구실력은 형편없고 책은 잠시만 봐도 졸음이 밀려온다. 골프는 배우려 했는데 시기를 놓쳤고 비디오는 아주 가끔 본다”며 이곳은 그냥 누군가에게 즐거움을 주지 않겠냐는 막연함에서 마련된 공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책들이 온 벽을 차지하고 있어 방음과 단열에는 최고라며 웃어 보였다.
과거에는 교회지인들과 조카들이 주로 이용했지만 지금은 통 이용하는 이가 없어 못내 서운함도 있단다. 방학 때가 되면 조카와 친구들이 10여 일씩 이곳에 머물며 해남도 여행하고 당구도 치고 만화도 보며 많은 시간을 보냈지만 지금은 훌쩍 커버려 안 온 지 한참이라는 것이다. 
버려지는 것이 싫어 혹은 누군가의 즐거움을 위해 책과 비디오를 고이 모아온 박씨의 2층 창고는 요즘 너무도 보기 힘든 보물창고다. 어릴 적 추억으로만 남아있는 만화책과 비디오테이프, 박씨의 2층 창고는 그야말로 추억의 창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