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실수로 가득한 정원, 시골의 맛이다
과실수 풍성한 정원…마당 둘러싼 돌담 눈길 삼산면 항리 김진환·민공임 부부
삼산면 항리에는 김진환(74)‧민공임(69) 부부의 정원이 자리하고 있다.
수많은 시간이 걸려 완성한 돌담은 마당을 둘러싸고 있다. 남편 김씨는 이 집을 지으며 많은 정성을 들였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도시로 모셨던 어머니는 도시생활을 적적해하셨고, 어머니를 위해 고향에 새집을 마련했다.
마당을 넓혀 정원에는 많은 나무를 심었고 돌담도 둥그렇게 쌓았다. 어머니를 위해 지은 집에는 아들의 사랑이 담겨있고 돌담 사이사이에는 정성이 녹아있다.
이곳에 들어간 돌은 저수지 냇가, 마을 철거할 때 동네 담장 돌을 모은 것들이다. 쌓고 메우기를 수만 번 반복해서 예쁜 돌담이 완성됐다.
김씨가 지은 집에서 어머니가 먼저 살기 시작했고, 어머니의 평생소원이셨던 새 장롱도 마련했다. 어머니는 이집을 천국이라고 불렀다.
2002년 김씨는 대형사고를 당했고, 고향에 내려와 2년간 통원치료를 받았다. 그렇게 어머니와 부부 내외가 이 집에서 함께 살게 됐다.
가족의 아픈 몸과 마음을 치유했던 게 바로 이 정원이다. 정원에는 수많은 과실수와 몸에 좋다는 약초들이 있다.
김씨는 사고를 당하면서 극심한 두통에 시달렸다. 그런데 마당에 있던 비파나무 열매를 반 가마 먹고 나서 그 두통은 씻은 듯이 사라졌다. 이 정원은 김씨를 치유하고 가족을 위로한 공간이다.
정원은 계절에 따라 예쁜 꽃들이 피어난다. 노란 수선화가 봄을 알리고 이어서 철쭉이 울긋불긋 정원에 생기를 더한다. 여름을 맞은 정원에는 과실수가 맛있게 익어 부부를 불러낸다.
요즘은 블루베리와 비파가 한창이다. 부부는 매일 마당에 나와 과일을 한 그릇씩 따다가 주스로 갈아 먹는다. 매년 얄미운 산까치가 블루베리 열매를 많이 따먹는데 올해는 많이 남아서 신기하단다. 김씨는 매일 한 그릇씩 먹고 있지만 부족하다며 블루베리 나무 3그루를 더 심을 계획이다.
부부의 정원에는 다양한 과실수가 있다. 농사는 안 짓지만 마당과 뒷밭에 과실수를 키운다. 과일을 좋아하는 부부는 이왕이면 나무를 심을 때 맛있는 과일이 열리는 나무를 심어왔다.
마당에는 블루베리, 비파, 살구, 대추, 무화과, 포도 등 다양한 과일나무가 있다.
마당 뒤 조그만 과수원에는 가족들이 먹을 용도로 나무를 심었는데 그 종류가 다양하다.
감, 비파, 복숭아, 살구, 블루베리, 보리수, 오디, 앵두, 배, 사과 등 웬만한 과일들은 다 있다.
부부는 봄이면 농부보다 더 바쁘다. 산으로 들로 나가서 죽순을 따고 고사리, 머위, 두릅을 딴다. 마당에서 자란 향긋한 취나물도 따다가 된장에 무쳐 봄을 한가득 먹는다.
부부는 몸에 좋다는 하수오, 더덕, 수세미, 익모초, 칡, 질경이 등 귀한 약초들로 효소를 담근다. 50가지 종류 약초가 들어간 효소를 담가 심심할 때마다 마신다.
이 정원의 관리사는 아내 민씨다. 남편이 주로 나무를 심으면 3단, 4단으로 나무 모양을 만든다. 이 정원은 둥그렇게 모양을 만든 큰 천리향 나무도 눈길을 끈다.
이 꽃이 피면 집안에 향내가 가득하다. 건강을 찾은 부부의 치유정원에는 오늘도 꽃이 피고 열매가 익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