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 두륜산권역 개발사업?

2020-07-06     정철웅/광주환경운동연합 고문
정철웅/광주환경운동연합 고문

 

 ‘사람은 사람다워야’라는 메시지가 시사하듯 산은 산다워야 하고 바다는 바다다워야 한다. 
하여 절은 절다워야 할 것인 즉 대흥사는 대흥사다워야 한다. 특히 천년고찰이라 칭한다면 대흥사는 천년고찰다워야 한다.
그런데 대흥사 경내에 수많은 불사 건축물이 경쟁이라도 하는 듯 답답하게 들어서고 있다. 오히려 천년도량의 분위기가 훼손된 듯 하다. 고요하고 아늑했던 옛 산사의 풍광이 그립다는 방문객들의 소리 없는 우려도 전해진다. 심지어 냉소적 비판이 거세지는 즈음이다.
지난 6월8일 ‘두륜산권역 길 정원 조성 기본구상’(총공사비 약210억추정)이라는 용역의 중간보고회가 열렸다. 
군수와 대흥사 주지스님 그리고 외지전문가들이 참석한 자문회의가 개최된 것이다. 참석한 분들이 한결같이 친환경적 개발을 주문했다라는 전언이다. 우선 친환경적 개발 권유는 반갑고 전적으로 공감한다. 
이에 대흥사를 아끼고 좋아하는 해남향우로서 용역보고서와 관련된 문제점과 관심사를 몇 가지 전한다.
첫째, 1단계 사업인 약 1.5km의 신규 ‘임도개설’(매표소→경내주차장)에 대한 견해다. 우선 임도개설의 필요성이 객관적이어야 한다. 임도의 효용성은 물론 개설공사 시의 합법성도 좀 더 명확해야 한다. 
아울러 대흥사를 사랑하는 지역민과의 공감대도 형성돼야 한다.
둘째, 2단계 사업인 ‘대흥사 진입로 복원사업’에 대한 우려와 반론이다. 현행 도로의 아스콘을 철거하는 것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보행로를 새로 조성하고 3개소에 ‘선형정원’을 조성하는 것은 우려가 되는 사안이다. 
특히 용역사가 제시하는 ‘꽃피는 테마정원’ 등 이러한 인공정원은 전국 곳곳에 넘쳐나는 붕어빵식 정원일 뿐이다. 베끼기식 정원과 따라하기식 정원은 2~3등급의 정원이다. 
천년고찰의 생태숲을 활용하는 ‘원림정원’ 조성이 검토돼야 한다. 또한 계곡부를 따라 설치된 현행의 보행자 숲길을 더욱 생태적 숲길로 조성해야 한다.
대흥사 방문시 최고의 매력공간은 현 복원사업에 포함된 1.5km의 기존 숲도로다. 그냥 숲도로가 아니라 천연의 ‘터널식 수림도로’이다. 대흥사 방문객이 감탄하는 이 터널숲을 절대로 훼손해서는 안된다.
셋째, 대흥사 입구에 랜드마크 게이트(약20억 추산)라는 조형물을 설치하자는 용역사의 제안은 유치한 발상이다. 
천년고찰 입구에 인공적 조형물은 절대로 어울리지 않는다. 오히려 천년고찰의 품격을 저하시키는 애물단지가 될 것이다.
넷째, 자연생태계도 밤에는 쉬어야 한다. 숲속의 야간조명 연출은 약간의 호응이 있을 뿐이다. 야간조명 예술은 웬만한 공간과 큰 건축물에 적용 연출해야 큰 감동을 줄 수 있다.
7월 중에 대흥사권역 관련 최종보고서가 해남군에 납품(제출)된다고 한다. 중간보고회에서 주문됐던 ‘친환경적 개발’ 관련 증강계획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