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과 상처의 통분(痛忿), 성장을 향한 통분(通分)

2020-07-13     김창숙/새하늘지역아동센터장

 

김창숙/새하늘지역아동센터장

 

-통분(痛忿) : 원통하고 분함. 
-통분(通分) : 분모가 다른 둘 이상의 분수나 분수식에서 분수의 크기를 비교하거나 덧셈, 뺄셈을 할 때 분모를 같게 만드는 것.

이틀 전 ‘책 먹는 맘’ 독서 소모임에서「유진과 유진」의 작가 이금이의 「허구의 삶」을 나눈 적이 있었다.  작가는 글의 의도를 이 책 표지에 내걸었다. 
“사람들은 자신이 하나의 인생만 산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하나의 인생만 안다고 하는 게 더 맞는 말이야.” 주인공 허구의 말이었다. 
29명의 아이들을 마주하다 보면 다양한 얼굴만큼이나 그들의 삶 속의 모습조차 하나같이 다른 길을 걷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 속에서 동일한 공기를 마시며 숨을 쉬고 있는 그들, 함께 존재하고 있으면서도 서로 다른 공간을 연출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이다.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면서 지난 주말 세 번째의 부고를 받았다. 
중3학생 아버지의 부고, 이전에 받았던 두 장 역시 센터 아이들 부모님의 부고였다.
아직도 생각이 정리되지 않아 글로 표현하기 모호하지만 부모님의 죽음으로 남은 아이들에게 던져진 삶의 결핍과 상처는 그들의 삶의 순간순간 성장통의 잔인한 통분(痛忿)이 돼 좌절과 넘어짐의 걸림돌로 남는 것을 보게 된다. 
아이들의 통분(痛忿)이 어디 부모님의 부고뿐이랴.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다른 공간에서 살아가지는 각자의 인생의 크기를 어떻게 비교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 모두는 결핍과 상처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때론 누가 보아도 아무태도 없는 상처에 아파 우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폭풍우를 마주한 것 같은 위태한 순간도 넉넉히 이기는 아이가 있다. 
때론 다툼의 시초를 본인이 열었음에도 분을 내며 욕설과 손을 올리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친구의 잘못에 자신이 손해를 봤으면서도 기꺼이 웃으며 괜찮다 하는 아이가 있다. 
결핍이 채워지지 않는 빈곤으로 허기지지 않기 위해 상처가 치유되지 못하는 아픔으로 남지 않기를 위해 자신과 타인의 삶에 있는 결핍과 상처를 공통분모로 서로의 삶을 통분(通分)해 바라보는 시선, 그 시선이 우리에게 있다면 남겨진 통분(痛忿)을 넘어 단 하나만의 인생만을 아는 삶이 아니라 하나의 인생을 살고 있음을 기억할 수 있지 않을까. 
이 해남 땅의 아이들이 결핍과 상처의 통분(痛忿)을 넘어 성장을 향한 통분(通分)을 할 수 있기를 기도해 본다. 
「허구의 삶」마지막에 또 다른 주인공 상만을 통해 작가는 얘기한다. 
‘그리고, 자신이 지금 여기 살아있음을 기뻐하는 눈물이었다. 살아있어 아직 많은 것이 가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