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안전한가를 묻는다
30도가 웃도는 불볕더위가 연일이다. 차량 에어컨을 틀어도 시원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폭염 경보와 코로나19에 대한 내용을 번갈아 가며 휴대폰에 안전문자가 왔다.
세계 도처는 위험한 것이 많으니, 그만큼의 정보를 시시각각 알려주는 선진 문화의 경험, 그곳이 바로 대한민국의 자긍심이라면, 기꺼이 박수는 치겠지만 쉽게 그 의견에 동의하고 싶지 않다. ‘안전한 나라’ 강박증이 만들어 낸 문자 메시지였다. 그 메시지가 공습경보처럼 지금 이순간에도 울린다.
사람들은 잊지 않겠다고 했는데, 기억하고 있을까. 2014년, 그 해 봄, 같은 꿈을 꾸는 아이들이 있었다. ‘가만히 있으라’는 말이 사회적 트라우마로 작용했던 그해, 여름과 가을을, 2020년 올해의 여름에도 사람들은 잊지 않았을까.
올해 7월, 고 박수현군의 아버지이자 ‘사단법인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전 부위원장이었던 박종대씨가 책을 한 권 냈다.「4·16 세월호 사건 기록 연구–의혹과 진실-」이라는 책이었다. 책 출판을 앞둔 본격적인 집필 시작은 명지대 기록학과 김익한 교수의 제의로 2018년 7월부터였다. 하지만 저자의 자료 수집은 사건 이후부터였다. 세월호 6주기인 올해, 세월호는 목포신항 배후부지에 영구 보존되고, 2027년까지 세월호 생명기억관 건립이라는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
1090페이지 되는 책을 읽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동안 언론에서 다뤄지지 않는 현장의 이야기를 볼 수 있었다. 언론에서 들려주는 이야기가 아니라, 현장에서, 강 한폭판을 건너는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질문과 그에 대한 답이 자분자분한 어조로 쓰여 있었다. 하지만 정작 그 글을 쓴 저자는 ‘후회막급’이라는 표현을 썼다. 공소시효를 다퉈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허심탄회(虛心坦懷)’라는 말을 사용하기 이전에, 책임을 물어야 할 사람들의 공소시효가 이제 1년여도 남지 않은 오늘에, 우리는 코로나19에 가려진 장막을 들춰낼 필요가 있다. 김탁환의 단편소설「눈동자」의 모델이 됐던 세월호 생존자가 있었다.
먼저 탈출한 그에게 아직 선체에 남아 있는 학생이 물었다. “아저씨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해요?” 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것이 후회되고, 아직까지 그 학생의 눈빛을 잊을 수 없어, 유가족과 뜻을 함께 한다고 방송 인터뷰에서 말한 적이 있었다.
그들과 우리는 나눠진 세계에서 하등 상관없이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핏빛 쓰리게 우리에게 준 선물은 ‘안전한 나라’에 관한 환기였다. 그 덕에 안전문자 메시지가 폭탄처럼 쏟아지는 선진문화(?)를 경험하지만, 진짜 ‘안전한 나라’는 오늘 왔는가를 묻고 싶다. 괜찮다고, 우리나라는 안전하다고, 너가 위험에 처하면, 구조해줄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고, 그렇게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