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을 담은 글의 의미 - 제6회 한글 손편지 전국 공모전 대상작 -

2020-09-21     박상우/해남동초 6학년
박상우/해남동초6학년

  안녕, 민호야!
난 땅끝으로 유명한 해남이란 곳에 살고 있는 6학년 남학생 박상우라고 해. 오늘은 학교 도서관에서 빨강연필이란 책을 읽어보며 너를 알게 됐어. 
책을 읽는 동안 네가 고민했던 것들을 나 또한 고민해 본 적이 있었기에 많은 부분들이 공감 되더라고.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가족들 모두 집에 있는 시간들이 길어졌잖아. 그러다 보니 다들 예민해져서 그런지 별것도 아닌 일에 짜증을 부리거나 화를 내는 일들이 많아졌어. 뒤돌아서면 금방 후회하면서도 말이야. 그래서 나도 자기 전 일기를 쓸 때 하루에 있었던 일들을 정리해 보며 반성의 시간을 가져보곤 해. 
하지만 어쩔 땐 간혹 너처럼 나만의 비밀일기를 따로 만들어 써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을 할 때도 있어. 너도 알다시피 저학년 땐 일기라는 것이 선생님께 검사를 받기 위한 숙제 개념의 글이었잖아. 
그런데 지금은 나 혼자만의 비밀도 생길 나이이고 선생님이나 부모님께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것도 고민을 했던 이유중에 하나야. 그러니까 난 매일 일기를 쓰는 것이 싫은게 아니라 나만의 일기를 누가 보는 것이 싫은 거야. 
난 개인적으로 책을 읽고 글짓기 하는 걸 아주 좋아해. 글도 자꾸 쓰다보니 좋은 글이 써지기도 하고 성과로도 나타날 때면 기분이 너무 좋거든. 그런데 책을 보며 나도 민호 네가 주운 빨강연필을 꼭 한번 써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더라. 솔직히 글을 쓴다는 건 생각도 많이 해야하고 연필로 옮겨 적고 또 읽어보며 퇴고하고… 그런 과정들이 계속 반복돼야만 문장이 매끄럽고 좋은 글이 만들어지거든. 그래서 내 주변에 친구들도 글짓기를 꼭 해야만 하는 수업시간엔 하기 싫어하는 모습들이 내 눈에도 보여. 
그런데 종이에 갖다 대기만 하면 저절로 글이 써지는 연필이라면 누구나 다 갖고 싶을 것 같아. 민호 넌 빨강연필의 비밀을 알게 됐을 때 도깨비 방망일 하나 얻은 기분이었겠지? 자기가 알아서 멋진 글을 써 주는 연필이라니 생각만 해도 짜릿하다. 
하지만 한편으론 빨강연필이 나의 경험과 내 생각이 아닌 자기 멋대로 써 내려간 글이라면 그 글이 남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해 봤어. 책에서는 빨강연필이 쓴 글이 1등으로 뽑히기도 했지만 그 글엔 너의 경험과 진심이 없으니 난 그 글은 죽은 글이라고 생각해. 민호 너도 그런 마음이 들어서 나중엔 너만의 진심이 담긴 글을 쓰게 된 건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해봤어. 나도 글을 쓰다 보면 막힐 때가 있는데 그럴 땐 잘 쓴 글들을 베껴쓰고 싶은 유혹이 생기기도 해. 하지만 그렇게 써서 상을 받은들 그게 나의 실력이 아니니 기쁘진 않을 것 같아. 
민호야! 오늘 난 이 책을 읽어보며 너의 고민들도 들여다 보고 나도 글을 쓰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들을 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됐어. 그리고 내가 민호 너에게 글을 잘 쓸 수 있는 방법 하나를 알려주자면 일기를 꾸준히 쓰는 일이야. 일기를 꾸준히 쓰다 보면 글짓기 실력 향상에 많은 도움이 되거든. 이건 내 경험담이니 믿어도 돼. 그럼 난 이제 미래에 많은 사람들에게 글로 감동을 줄 수 있는 멋진 작가가 되어 있을 민호 너를 상상하며 그만 연필을 놓아야겠다. 안녕 민호야.

2020년 8월 5일 
땅끝 해남에서 너를 응원하는 상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