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이수광의 지봉유설

2020-09-28     윤권철/해남윤씨 중앙종친회장
윤 권 철(해남윤씨 중앙종친회장)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환자가 발생했다는 최초의 뉴스는 지난해 12월 하순, 그리고 국내에서 첫 확진환자가 나왔다는 질병관리청의 발표는 금년 1월20일이었다.
그후 오늘까지 우리의 삶은 예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됐다. 그런데 문제는 현재와 같이 말도 안 되고 생각할 수조차 없는 생활이 언제 끝이 날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오늘처럼 역병이나 전쟁과 같은 위기는 이름만 다를뿐 언제나 약한 고리를 끊어 취약한 계층을 먼저 넘어뜨리고 있음에 유념한 필요가 있다. 일억명이 죽었다는 100년 전의 스페인 독감이나 몇 해 전에 발병했던 사스나 메르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우리나라 최초 백과사전으로 불리는「지봉유설」을 보면 현재 질병관리청에서 코로나19 예방수칙으로 강조하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비대면에 견줄만한 ‘각병8법’이 있다.
「지봉유설」은 조선중기의 실학자 지봉 이수광이 명나라에 사신으로 세 차례 다녀온 후 광해군 6년(1614년)에 중국의 고서와 고문에서 발췌해 20권 3,435개 항목으로 분류한 방대한 기록물이다. 
우리 모두 각병8법을 숙지하여 죽음과 다름없는 코로나19 팬데믹에서 하루빨리 벗어날 수 있도록 소망하며 이를 소개한다.  
▲망집을 버려 참됨을 깨달을 것. 고요히 앉아 허공을 바라보며 모든 것을 비춰보면 생사 시비와 이해득실이 모두 망령되어 참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번뇌를 풀어 마음의 균형을 유지할 것. 번뇌가 앞에 나타나 떨쳐 버릴 수가 없거든 한 가지 통쾌한 일을 찾아서 툭 놓아버림으로 이른바 경계를 빌려 마음을 조절한다.
▲위쪽만 보면 답이 없다. 나만 못한 처지를 생각하는 여유를 가질 것. 언제나 나만 못한 처지를 살펴 나를 스스로 좋게 여겨 느긋하게 풀어준다.
▲넘어진 김에 쉬어가고 병을 원수가 아닌 벗으로 삼을 것. 조물주는 나를 힘들게 해서 살린다. 병을 만나 한가롭게 지내면 도리어 경사스럽고 다행스러운 일이 생길수도 있다.
▲자연을 벗 삼아 여유와 생기를 간직할 것. 날마다 대나무, 바위, 물고기, 새 등 자연을 벗삼아 언제나 초탈하여 자득하는 운치를 지닌다.
▲찬바람을 조심하고 음식은 담백하게 먹고 생각은 적게 하여 쾌적함을 유지할 것. 추운 겨울에는 바람을 조심하고 음식과 기욕(하고 싶은 일을 하며 즐기는 일)을 담박하게 하여 생각과 염려는 줄인다. 가고 머물고 앉고 누움에 오로지 내 마음에 맞기만을 기약한다. 
▲벗과 상쾌한 대화로 마음의 찌꺼기를 걷어낼 것. 좋은 벗과 친한 친구를 찾아서 마음을 활짝 열고 세속을 벗어난 이야기를 나눈다.
▲병에 찌들어 죽음의 공포에 짓눌리지 말고 시원스런 생각을 품을 것. 병을 괴로워 말고 죽음을 근심치도 말라 언제나 마음을 느긋하고 평온하게 갖고 회포를 시원스럽게 품기를 기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