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지면 나누는 말들이 뭐에요?” - 「사랑에 빠질 때 나누는 말들」을 읽고

2020-10-19     우주희/어린이도서연구회 해남지회장

 호기심이 많은 초등학생 아들이 책표지를 보고 사랑에 빠지면 나누는 말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갑자기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글쎄, 사람마다 다르지 않을까? 각자 경험과 생각, 상황도 다르니까.  
탁경은 작가는 인터뷰에서 작품의 의미와 주제를 찾기보다 청소년들이나 또 어른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요즘 친구들은 이렇게 연애하는구나. 편지를 주고받는구나’ 푹 빠져서 읽어주면 좋겠다고 했다. 올해의 책 선정을 위해 숙제로 읽어내야 하는 입장으로는 재미에 푹 빠져 읽을 수 없을 거 같았지만, 만화책 들여다본다고 혼나도 웃는 아이처럼 달리는 차 안에서 정신없이 마냥 즐겁게 읽어낼 수 있었다.
책표지를 펼치면 앞면과 뒷면에 이어지는 벚꽃이 활짝 핀 가로수 길에 교복 차림의 단발머리 여학생이 편지를 들고 우체통을 향해가는 듯한 경쾌한 모습이 보인다. 
코로나19로 락다운이 돼 가족이 영국유학 중에 학교도 못가고 집에 갇힌 세 아이들과 놀거리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지인의 SNS를 보고 여러 가지 꾸러미에 손편지를 넣어 국제특송을 보냈다. 편지를 쓰고 나니 그동안 눈에 띄지 않던 우체통도 보이고, 받을 사람의 기쁨을 예상하면서 너무나 행복했다. 
책에서 편지를 들고 있는 서현의 가벼운 발걸음에서도 그 즐거움이 보인다.
주로 등장하는 서현, 동주, 지은, 현수 네 친구의 이야기와 아름의 이야기 모두 삶을 진지하게 고민해보게 하고 자신을 들여다보게 한다. 청소년들의 꿈, 사랑, 우정, 성적, 진로, 고민 등 이야기해볼 수 있는 주제도 다양하게 들어있어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기에 적절했다.
편지 속에 나오는 영화 ‘스시장인 지로의 꿈’이나 ‘180일의 엘불리’ 책을 찾아서 보면 또 다른 즐거움이 있으리라. 
책 제목만 보고는 풋풋한 첫사랑의 이야기만 나올 것 같은데, 동주와 서현의 사랑 이야기보다 소년교도소에 수감된 현수와 편지로 주고받는 이야기가 주된 흐름으로 보인다. 
소논문 동아리에서 서현의 모둠이 정했던 주제 ‘사람을 범죄자로 만드는 것은 유전자일까, 아니면 성장환경일까?’에도 의문을 가지게 됐다. 현수의 범죄 동기를 보면서 환경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고 범죄 심리에 관해서도 찾아보게 된다. 
아이들에게 사람답게 살만한 환경을 만들어줘야 할 것 같다. 또 부모인 나에게는 아이를 어찌 대해야 할지, 주변에 고통 속에 있는 아이들이 있지는 않는지 살펴봐야겠다고 다짐하는 등 독후활동으로 이어졌다.
서현의 문장수집이라는 참 멋진 취미도 와 닿았다. 이 책에도 기억하고 싶은 명문장이 여럿 있는데 내가 낚은 명문장은 동주의 말이다. 
“미래를 바꾸는 것도 좋지만 난 어떤 미래가 오든 잘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어. 인생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잘 헤엄치는 사람이 되고 싶어.”
오늘이 없으면 내일도 없다고 늘 말씀하시는 시어머니의 말을 나는 이해하는데 시간이 꽤 필요했다. 늘 내일을 위해 물질을 아끼며 쉬지 말고 일하라는 교육을 받아왔는데, 오늘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려는 어머님의 말씀이 쉽지 않았다.
‘오 마이 금비’라는 드라마에서 금비의 엄마는 “사람들이 내일내일 하면서 준비만 하면서 살아. 그러다가 내일이 없는 날이 오는지도 모르고. 그래서 바로 지금이 좋아야 하는 거야”라며 오늘도 좋게 살아야 함을 이야기했다.
코로나19 이후 예측이 어려운 미래로 불안해하는 요즘,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자세가 바로 이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오늘의 기쁨마저 충실하다가 만나는 내일이야말로 참된 미래다.
사랑에 빠질 때 나누는 말들이 무엇인지 정답은 아직 찾지 못했다. 다만, 자신과 서로에 대해 알아가려는 수 많은 이야기들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보라고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