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더하고 싶다. 우린 이겨 낼 수 있다고
지역의 자원인 故추정남 선생의 국악의 맥과 국문학의 비조 고산 윤선도, 자유와 사람을 노래한 고정희, 김남주의 시대정신이 있는 해남출신 청년들의 입에서 발화된 것이 ‘해남 청년이 간다, 우리 마음 더하기 공연’이다.
오는 31일 7시30분 해남YMCA 3층 행촌홀에서 비대면으로 치러지는 이번 공연은 당초 황산면에서 마을 주민들과 어우러진 공연으로 기획했으나 코로나19 전선에서 후퇴를 거듭하다 여기까지 왔다.
해남 청년이 간다 시리즈는 올해로 세 번째이다. 첫 공연은 지난 2018년 지역 청년들이 주머니를 털어 현산면 새하늘지역아동센터에서 얼굴을 뵀다. 지난해에는 해남군과 지역 어르신들의 도움으로 해남문화원에서 ‘우리 문화 더하기’로 조금 더 든든하게 무대를 꾸릴 수 있었다.
청년들은 처음 “그럼, 우리 무엇이든 해보자. 움직이면 배우는 게 더 있을 거다”는 의견을 나눈 후, 뱉은 말에 침이 마르기도 전에 국악청년 박준호씨는 비영리 단체 해남국악전수관을 2017년 설립했다. 두 차례의 공연을 치른 후 청년들은 지역의 문화를 어떻게 지금의 시대적 분위기와 어울리게 공간과 사람에게 전유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궁여지책으로 나온 안이 ‘마을로’였다. 마을을 안다는 것은, 마을의 시설을 아는 것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의 풋풋한 정을 체험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사람 생애사의 몇 페이지가 기록된 그 마을로 들어가 어른들을 뵙고, 아이들을 만나는 작업이 이번 공연의 주요 계획이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좀 더 높이 뛰기 위해 청년들은 메뚜기 뒷다리를 생각했다. 멈춤과 물러섬, 그리고 앞으로 공연에서 빚어낼 은유를 따져 묻고, 또 물었다. 지역에서 ‘해남 청년이 간다’ 시리즈로 기획한 것은 두 번밖에 안 되는 공연이었지만, 나름 섞임이 좋았다는 평이 지역민들의 입에서 나왔고, 그 정도면 우리 한 차례 반 발짝 물러나는 것도 좋겠다는 의견도 나왔다.
설익은 밥이 압력밥솥 추 소리가 요란했는지도 모르겠다. 여물지 못한 생각은, 단추를 모두 채우지 못한 셔츠를 입고 밖으로 나가는 것처럼 부끄러움을 줬다. 무언가 미진하고 습한 기운이 가슴께에 올랐고, 우리는 담당 공무원인 조창배 선생님과 상담을 했다. 단순히 된다, 안 된다의 행정적 차원에서 말 맺음을 하는 공무원의 태도가 아니라, 오랜 기간 지역에서 동행하는 지역 사람의 모습으로 상담에 응해줬다. 비대면 공연이라는 다른 대안까지 검토 중이라는 군의 의견을 정확히 전달받았고, 우리 역시 방향을 선회하기로 결심했다.
“이제 1단계인데, 그냥 사람들 모아두고 공연하지.”
그 판의 신명남을 기억하는 지역 어르신들의 추켜세움 덕분에 자긍심이 생겼다. 하지만, 중대본의 지침을 따르고, 해남군의 방역지침을 준수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에는 변화가 없었다. 완전히 물러나지 않은 적의 진영이 우슬재 너머에 있는데, 섣불리 오만한 장수의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아쉽지만, 올해는 비대면 공연으로 사업을 진행하자는 결론이 났다. 다행히 YMCA가 문을 열어줬다. 비록 지역민들과 숨을 주고 받으며 공연을 진행할 수 없지만, 이번 공연의 주제이기도 한 ‘마음’을 더하고 싶다. 힘내라고, 우리는 함께 이겨 낼 수 있다고.